22일 코스피 5000특위와 오찬 갖고 격려 및 논의
21일 한병도 원내지도부와 만찬, 정청래와 별도로
정치권 "이 대통령이 당 주요의제 직접 챙기는 신호"
검찰개혁도 정청래 강경노선에 제동 걸면서 힘 과시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을 청와대로 호출하며 이른바 '식사 정치'를 통해 당 장악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제와 입법 등 국정 핵심 의제를 식탁 위에서 직접 조율하며 당청 간 이견을 사전에 차단하는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불거진 검찰개혁 속도 조절론과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이슈까지 대통령의 통제력이 강하게 작용하며 여권 내 '명(이재명)-청(정청래)갈등' 우려를 불식시키는 모양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민주당 '코스피 5000 달성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가졌다.
이날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한 것에 맞춰 마련된 자리였으나, 단순한 격려를 넘어 상법 3차 개정 등 후속 경제 입법 과제를 직접 챙기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오찬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경제 성과를 명분 삼아 당의 정책 우선순위를 청와대 주도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앞서 이 대통령은 바로 전날인 21일 저녁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입법 전략을 총괄하는 원내 사령탑을 별도로 부른 것은 이 대통령이 국회 상황을 '직할'(直轄)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 등 당 지도부와의 만남에 이어 한 원내대표를 따로 초청한 데 대해 "정치적 수사와 이슈 관리는 당 대표에게 맡기면서도 실질적인 입법 성과는 대통령이 원내와 직접 소통하며 챙기겠다는 '투트랙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21일 만찬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 등을 고려한 입법 속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단박에 완성되는 개혁은 없다"며 현실론을 강조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민주당 내 일부 법사위원 등 당내 강경파는 '예외 없는 수사권 박탈'을 주장하며 속도전을 예고했으나, 이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 이후 당의 기류는 급변했다. 이날 열린 민주당 정책의원총회에서도 강경 일변도보다는 대통령의 현실론에 발맞춰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총회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는 다르다'는 인식과 함께 이 대통령의 고뇌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러한 '핀셋 식사 정치'가 당내 강경파를 제어하고 당청관계에서 국정 주도권을 쥐고 가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가 지난 19일 청와대 지도부 만찬에서 자신을 가리켜 "친명(친이재명)을 넘어 친청(친청와대)이다"라는 농담을 던진 것 역시, 대통령의 압도적인 당 장악력 앞에서 독자 세력화보다는 협력을 택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정 대표가 대통령의 위세에 한발 물러서며 '명청갈등설'을 일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의 '식사 정치'는 취임 직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2025년 6월 전임 지도부 만찬, 8월 신임 지도부 만찬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1월 16일, 19일, 21일, 22일 등 나흘 건너 한 번꼴로 당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식사 자리는 단순한 소통 창구를 넘어 대통령의 의중 즉 명심을 당에 전달하고, 충성도를 확인하는 정치적 의례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다가오는 지방선거 공천 국면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이미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픽(Pick)'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부상하고 있다.
경기지사 출마를 준비 중인 한준호 의원은 지난 19일 이 대통령으로부터 '1호 감사패'를 받았다. 볼리비아 특사 성과를 치하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정치권과 당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경기지사 후보로서 '낙점'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SNS를 통해 행정력을 공개 칭찬하며 '순한맛 이재명'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다른 서울시장 후보군에 비해 대외인지도가 낮았던 정 구청장은 이후 당내외 지지율이 수직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인천시장 출마가 확실시 되고 있는 박찬대 의원은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67.0%라는 압도적 지지를 기록했다. 앞서 박 의원은 2025년 8월 당대표 자리를 두고 맞붙었던 정 대표와 지난 16일 회동을 가지면서 친명 대 친청 논쟁을 약화시키려 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친명인 양문석 의원이 SNS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박찬대·한준호 등 '친명 핵심'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지방선거 현장에선 차기 공천권 역시 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과 호남 의원 다수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워낙 강해 당분간 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는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당 대표 원톱 체제에 대한 견제 성격으로 보는 사람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김윤정·안소현 기자 kking152@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