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용수난 등 거론하며 "설득할 순 있다"
원전 2기 증설 논란엔 "열어놓고 판단"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여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일부의 새만금 등 지방 이전론에 대해 "정부가 옮기라고 한다고 옮겨지겠느냐"고 선을 그었다. 다만 "설득이나 유도는 할 수 있다"고 여지는 남겼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지방 이전론에 선을 그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는 환영했으나, 이후에 전력난 등을 언급하며 이전을 설득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려면 대규모의 전력이 24시간 일정하게 공급돼야 한다. 국내에서는 민간기업이 발전소를 만들어도 전력거래소를 거쳐서 써야 하는 구조인데, '전기가 생산된 지역에서 쓰는 게 원칙'을 앞세울 경우 기업들은 현지에 신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지 않는 한 반도체 공장을 운영할 길이 막막해진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결정해 놓은 것을 지금 뒤집을 수는 없다"며 이 같이 답했다.
이어 "기업의 배치 문제는 정치권에서 부탁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서는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하고, 돈이 안 되면 아들이나 딸내미가 부탁해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력 송전 문제,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지방 이전을 기업에 설득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이 대통령은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용인 반도체 하나에 13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하다는데, 원전 10기 있어야 하는 전력"이라며 "그 전력을 어디서 해결할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전기가 생산된 지역에서 쓰이게 해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지금처럼 이렇게 수도권으로 다 몰아서 저 지방에서 전기 생산해서 송전탑 대대적으로 만들어서 송전하고 하는 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용인에다가 무슨 원자력 발전소를 만들 거냐"며 "가스 발전소 몇 개 만든다고 하는데 그걸 대체 몇 개나 만들어 어떻게 감당하겠느냐. 쉽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이 밖에도 반도체용 용수 공급 문제 등을 제시하며 "이런 점들을 잘 설득하고 이해하게 하고, 또 다른 데 가서 해도 지장이 없거나 손해가 안 나도록 만드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원전 추가 건설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은 어떤지 열어 놓고 판단하자는 생각"이라며 공론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국가 계획도 이미 확정돼 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정책을 마구 뒤집는 것은 정책의 안정성, 지속성 측면에서도 좋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저는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는 생각도 한다. 이 문제가 이념 전쟁의 도구처럼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정부 당시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 명시된 상황에서, 무작정 여기에 반대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숙의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한국갤럽과 리얼미터에 의뢰해 이날 공개한 '미래 에너지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한국갤럽 89.4%, 리얼미터 82.0%였다. 윤석열 전 정부의 집권기인 지난해 초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반영한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도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인공지능(AI) 3강'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전력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작년 12월 이 대통령을 만나 한국 AI 기술·산업의 결정적인 약점으로 '에너지'를 꼽고 한국 전력·전력시장의 미래 대비 상황이 충분한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량은 2024년 460TWh(테라와트아워)에서 2030년에는 1000TWh, 2035년에는 130TWh 이상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둘러싼 공론화 과정과 관련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에게 "이념 의제가 돼 합리적 토론보다 정치 투쟁 비슷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고 난타전을 하더라도 따로 헤어져 싸우지 말고 모여서 논쟁하게 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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