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요구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 재편을 시작한 GS칼텍스와 LG화학이 이번엔 정부가 만든 규제의 벽에 막혀 고전하고 있다. 설비 통합을 위해서는 배관을 신설해야 하는데 적용해야 할 안전 기준이 워낙 많아 이를 모두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초기 단계부터 규제 검토에만 시간을 계속 허비하면서 사업 재편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비단 두 회사 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석유화학 업체들이 공통으로 직면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여서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LG화학은 최근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의 세부 통합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안전 규제에 부딪혔다. 원료와 석화제품은 통상 관로로 이송되는데 공정 통합에 따라 신규 이송배관 설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신규 배관 설치 자체가 현행법상 각종 안전·환경 규제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석화 공정에서 취급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상당수의 물질은 인화성 고압가스라 엄격한 안전 규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신규 관로를 설치할 때 물질별로 수십미터의 이격거리와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양사는 당초 설비 연결은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관로를 지하에 매설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했다. 그러나 기존 관로가 이미 지하에 촘촘히 깔려 있는 데다, 이격거리 규제까지 충족해야 해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결론 지었다.
대안으로 지하 매설 대신 도로 위 육교처럼 공중에 관로를 설치하는 이른바 ‘오버브리지’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 역시 규제의 벽에 부딪쳤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화학물질관리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위험물안전관리법, 환경영향평가법까지 여러 법령에 따라 물질과 설비, 조건별로 다른 이격거리와 안전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는 GS칼텍스와 LG화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석화단지에서 사업 재편에 참여하고 있는 석화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문제라는 평가다.
산단 내에는 국유지나 지자체 소유지를 포함해 이미 다수의 관로가 관련 규제가 있기 전부터 복잡하게 매설돼 있는 점 역시 애로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여러 규제를 감안했을 때 특례 외에는 속도감 있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특례 적용 역시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반영해 대책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강영종 한양대 교수는 “배관 하나만 잘못해도 수율은 물론 전체 공정의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기업들 스스로가 매우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기술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도 적지 않은데 해법을 찾는 초기 단계부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분명한 애로사항인 만큼 정부가 면밀히 지원사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