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한달새 0.64%p ↑
정기예금은 2%대 후반으로 ↓
은행권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며 시장금리 반등 여파로 연초부터 다시 오르는 반면 지난해 말 3%대까지 치솟았던 정기예금 금리는 수신 경쟁이 잦아들며 빠르게 내려앉는 모양새다. 대출 이자 부담은 커지는데 예금의 금리 매력은 약화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자금 운용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초 이후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현재 연 3.77~5.95% 수준으로 지난달 초(3.83~5.31%)와 비교하면 상단이 0.64%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의 경우 연 4.23~6.53%로 같은기간 하단이 0.11%p, 상단이 0.32%p 올랐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지난해 11월 중순 약 2년 만에 6%대를 넘어선 이후 연초 들어 6%대 중반까지 올라선 상태다.
전세대출 금리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현재 연 3.02~5.71%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상승분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일부 은행에서는 전세대출 금리 하단도 4%에 근접했다. 신용대출 금리 역시 연 4.05~5.35%로 지난달 초와 비교해 상단을 중심으로 추가 상승한 모습이다.
반면 예금금리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수신 잔액 확보를 위해 주요 은행들이 연 3%대 정기예금 특판 경쟁에 나섰던 것과 달리 연초 들어서는 정기예금 금리가 잇따라 내려가고 있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 2.85~3.0% 수준에서 최근 2%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개별 상품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은 모두 지난해 12월 초 12개월 이상 상품 금리가 연 2.85%였지만 이날 기준 연 2.8%로 일제히 내려갔다. 연말 수신 경쟁이 마무리된 이후 주요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0.05%p씩 하향 조정한 것이다.
대출금리는 오르는 반면 예금금리는 내려가는 흐름은 자금 조달 구조 차이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들어 정기예금과 연동되는 단기 조달금리는 하락 흐름을 보이는 반면 주택담보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시장금리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정기예금의 지표로 활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 금리는 지난해 12월 초 연 2.866%에서 전날(20일) 기준 2.811%로 소폭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연 3.499%에서 3.737%로 0.238%p 상승했다. 만기가 짧은 예금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자체가 길어 중·장기 금리 흐름이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권의 자금 수요가 크지 않은 점도 예금금리 하락 흐름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계대출은 규제 기조 속에서 증가세가 둔화됐고, 기업대출 역시 증가 폭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나갈 자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예금 금리를 높여 자금을 끌어올릴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대부분 1년물 위주로 운용되지만, 주택담보대출은 만기가 길어 적용되는 기준금리가 다르다"며 "대출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예금 금리라는 비용을 부담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유인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금융소비자들의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출 금리는 중·장기 시장금리 흐름을 반영해 오르는 반면 예금 금리는 단기 조달 여건에 따라 조정되면서 이자 비용과 이자 수익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금리 방향을 자체적으로 조절한다기보다는 시장금리와 자금 수급 등 외부 여건이 반영되는 구조"라며 "현재로서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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