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TV 담합 판단에 은행권 반발
“규제 이행을 담합으로 본 건 무리”
주요 은행들 행정소송 검토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담보인정비율(LTV)을 담합했다는 혐의로 27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이들은 LTV 정보를 서로 교환해 2년간 6조8000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정부의 절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담합 행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향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대 은행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720억원을 부과한다고 21일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하나 869억원, KB국민 697억원, 신한 638억원, 우리 515억원 등이다. 이는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행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4대 은행은 2022년 3월~2024년 3월 LTV 정보를 공유했다. 전국 모든 부동산 종류 및 소재지별로 적용되는 LTV가 공유됐는데 최소 736건에서 최대 7500건이었다.
공정위는 이들 4개 은행은 2022년 3월 무렵부터 2024년 3월 무렵까지 LTV를 비롯해 가계·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담보 대출 관련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타 은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LTV 비율을 조정했다고 전원회의를 거쳐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일련의 행위가 거래조건 또는 대금·대가의 지급조건에 관한 정보를 교환해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한 것이며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40조 제1항 제9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4조 제2항 제3호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4개 은행은 자신이 설정한 특정 지역·특정 유형 부동산의 LTV가 다른 은행보다 높으면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해 낮췄다. 반대로 타 은행보다 높으면 영업 경쟁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 높였다고 공정위는 전했다.
문제가 된 4개 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2023년 말 기준으로 가계대출 61.3%, 기업대출 51.3% 수준이었다. 4개 은행은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기업은행·농협은행·부산은행 등 다른 3개 은행(비담합은행)의 평균보다 LTV를 낮게 설정했다.
LTV가 낮아지면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 규모는 줄어든다.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추가 담보를 마련하거나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등 거래 조건이 악화할 수 있다. 은행들의 담합으로 인해 결국 돈을 빌린 기업이나 개인이 피해를 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문재호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장은 “차주들은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4개 대형 시중은행의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됨에 따라 거래은행 선택권이 제한되는 등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은행들의 담합으로 누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징금은 각 은행이 담합 효과로 이뤄낸 부동산 담보대출 이자 수익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산정한 관련매출액은 하나은행 2조1000억원, 국민은행 1조7000억원, 신한은행 1조5000억원, 우리은행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따른 과징금은 각각 869억원, 697억원, 638억원, 515억원으로 정했다. 과징금 규모는 관련 매출액의 4% 수준이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산정할 때 감경 혹은 가중 사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문 국장은 “앞으로도 금융은 물론 각 분야에서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공정위 의결문을 받은 뒤 행정소송 등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절차를 따르는 것에 원칙을 두겠지만, 이번 과징금 부과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정식으로 의결서를 받아본 뒤 추가 절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형연·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