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내부에서 '외국인 사장 불신'의 목소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이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를 두고 노조와의 합의를 번복한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일부 직원들은 비자레알 사장이 명색이 최고경영자(CEO)임에도 본사의 결정을 전달하는 것 외에 아무 권한도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21일 한국GM 노동조합에 따르면 사이에서는 비자레알 사장은 지난해 임단협 잠정합의 당시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을 두고 노조와 원점에서 논의하는 것에 합의했지만, 2주 뒤 본사의 결정이라며 폐쇄를 재차 통보했다.
노조와의 협상 과정에서도 "자신에게 결정 권한이 없다"며, 결정을 미루고 본사로 길게는 2주가량 출장을 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비자레알 사장은 한국에서 지속가능한 사업에 대한 고민보다는 본사에서 한국 사업을 축소하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을 전달하는 통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한 만큼 받는 성과급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래다. 생산성을 높이면 신차를 배정받을 수 있다고 해놓고, 이때까지도 배정된 게 없다"며 "미래 계획은 부진하고 노조와의 논의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하면서 상호간의 신뢰는 아예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GM 노사는 임단협 잠정합의를 통해 직영 서비스센터 매각에 대해 고용안정특별위원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속해서 논의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사측은 본사의 결정에 따라 오는 2월 15일자로 전국 9곳에 위치한 직영 서비스센터를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부터는 차량 점검 수리를 받지 않고 있다. 이에 노조에선 부품 수급의 문제로 수리는 불가능하지만, 항의하러 오는 고객들의 차량에 대해 무상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 내부에서 외국인 사장에 대한 불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9년 신임사장으로 선임된 마이크 아카몬 전 사장은 2012년 1월 개인적인 이유로 사의를 표하고 고국인 캐나다로 돌아갔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쏟았음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10% 이하에 그치자 회사를 운영할 의지를 잃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갑작스런 사퇴에 한국GM은 존 버터모어 부사장 임시 대표체제로 돌아갔다.
불법 파견 문제로 출국정지 조치를 받았던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2022년 3월 중국으로 발령을 받아 한국을 급히 떠나는 인상을 줬다.
일각에서는 노사간 신뢰가 깨진 문제에 대해 노사협력담당이 한국 산업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GM의 노사협력담당은 인사 업무를 겸임하는 로버트 트림 부사장이다. 이전 노사협력 파트는 한국인 임원이 담당했으나, 트림 부사장이 선임되면서 내부에선 소통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길게는 30여년 동안 정비만 하던 직원들이 전혀 다른 생산 현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삶의 터전을 버리고 부평으로 이사를 와야 하는 것이 당사자들에겐 부담"이라며 "잠정합의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말을 바꾸는 경영진과 어떤 생산성 있는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한국GM 측은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및 글로벌 무역 환경 속에서, 적자 사업 구조를 해소하고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는 것은 한국 사업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며 "한국 시장에서 보다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으며 지속가능한 사업 운영 체계를 구축하려는 지속적인 의지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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