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반도체 법인의 채용 공고에 '미국 수출 통제' 조건을 내걸었다. 관례적으로 내놓는 조건이라고는 하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커지는 반도체 통상 갈등에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조심하는 우리 반도체 업계의 긴장감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사업장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분야의 엔지니어 채용 공고에 '미국 수출 통제'(U.S. Export Control) 조건을 명시했다.

채용 공고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 제한 조치를 받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지원자는 수출 통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수출 통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정부 승인을 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명문화 했다.

이는 미국에서 근무할 자격이 있는 엔지니어를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한국으로 치면 '해외 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정도에 해당한다.

특별한 것 없는 내용이지만, 이를 '수출 통제'로 명문화 해 올린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과 관련이 있다. 이민자 단속, 비자 문제 등이 불거진 만큼 만약의 사태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는 미국 통상 정책에 대한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을 보여주 는 예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관세 등의 문제가 장기적으로 이어진 가운데, 최근에도 이런 이슈가 불거져 투자 등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서 열린 마이크론 공장 기공식에서 "메모리를 생산하려는 모든 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압박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조심하는 것 외에는 딱히 대응방안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메모리 관세가 현실화 될 지도 불확실하고, 미국 투자를 무턱대고 늘린다고 능사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부터 이어진 관세 정책 등 불확실성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라며 "무언가 확실히 정해지면 그에 맞춰 대응하겠지만, 모호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답답한 상태"라고 밝혔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삼성전자 서초 사옥.
삼성전자 서초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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