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적’이면서 ‘이중적’인 중국인
중국인이라고 하면 흔히들 ‘만만디’(느긋하게)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온당하지 못하다. 한국인처럼 ‘콰이콰이디’(빨리빨리) 또한 중국인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중국인과 중국 문화의 특성은 과연 뭘까? 중국학자인 이인호 교수에 따르면 중국인과 중국 문화의 키워드는 ‘현실적’, ‘보수적’, ‘이중적’ 등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세 특징의 바탕에는 대륙의 패권을 둘러싼 오랜 전쟁의 역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민중들의 ‘처세’(處世)가 존재한다. 그래서 일본의 저명한 중국학자인 가노 나오키(狩野直喜)는 “중국 철학은 처세의 철학(中國哲学は処世の哲学)”이라고 말한다. 가노가 교토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강연한 내용을 모은 ‘중국철학사’는 엄청난 원문 자료를 훑고 자신만의 시각을 정립한 역작으로 평가된다.
중국인과 중국 문화는 첫째 ‘현실적’이다. 중국이나 대만의 절에는 부처만 모셔져 있지 않다. 그 옆에 공자도 있고 노자도 있고 관우도 있다. “부처님에만 빌기 보다는 공자나 노자, 관우에게도 함께 빌면 더 좋다”는 게 중국인들의 생각이다.
저 멀리 춘추전국시대 공자는 죽음이 무엇이고 귀신이 있냐고 묻는 제자에 “삶도 모르는데 죽음을 알아 무엇하랴”며 괴력난신(怪力 亂神)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다. 괴(怪)는 정도나 순리를 벗어나는 것, 역(力)은 덕(德)과 대비되는 말로 리더가 리더다움은 높이려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지위나 위력으로 아랫사람을 부리려 하는 것, 난(亂)은 세상의 가치를 마구 어지럽히는 것, 신(神)은 귀신의 영역으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영역 밖이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는 현실 지향적 태도다. ‘논어’(論語)는 인간이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윤리이자 도덕에 대한 공자와 제자들 간 문답집이다.
중국인들은 사후의 문제보다는 현실의 문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국인에게 ‘영생’이란 살아있는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사는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사고다. 이름과 명예를 중시한다.
얼핏 인간세를 떠난 듯한 노자와 장자의 철학도 사실은 현실적이다. 어지럽고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생명의 유한함과 부족함을 메울 수 있을까? 노장은 자연을 닮은 ‘도’(道)처럼 살아가라고 충고한다.
이런 현실 철학은 중국 문화를 ‘보수’를 이끈다. 중국 문화는 이미 기원전인 춘추전국 시대 이전에 완성됐다. 요-순-우-탕-문-무-주공이 성인(聖人) 계보다. 기원전에 이미 이룰 만한 것은 다 이뤘기 때문에 이를 지키고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보수의 경향은 학문에 있어서는 옛 경전을 주석하는 데 그치는, 정체를 낳기도 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마지막 세번째 키워드는 ‘이중적’이다. 중국인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무사들과 전쟁의 역사가 주류인 일본에도 ‘혼네’와 ‘다테마에’의 문화가 정착했지만 중국의 ‘이중성’은 이를 넘어선다. 혼네(本音)는 ‘속마음’을 뜻하며, 사회생활에서 자신의 진짜 감정(혼네)을 숨기고 사회적 규범에 맞는 겉모습이나 예의(다테마에, 建前)를 표현하는 일본의 독특한 소통 방식과 가치관이다.
중국인들이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건 사회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권력이 바꿔 어제의 충신이 오늘은 역적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역사는 대륙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민초들은 물론 권력자들도 하루밤새 사라진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이런 역사에서 대세에 순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거역하는 자는 죽는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쉽사리 사람을 믿지 않는다.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꽌시)가 될 경우에야 흉중을 터놓게 되고, 함께 사업도 할 수 있다.
중국인의 속은 알 수가 없다. 이런 이중성과 가면의 특징은 중후하고 질기다. 생존이 지상최대의 과제였던 현실에서 중국인들은 ‘처세’의 철학을 켜켜이 생활화했다.
강현철 논설실장(hcka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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