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사관을 지으려고 하는 로열 민트 코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이 대사관을 지으려고 하는 로열 민트 코트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이 영국 런던에 지으려고 하는 신축 주영 중국대사관의 조감도.   [CBRE 캡처]
중국이 영국 런던에 지으려고 하는 신축 주영 중국대사관의 조감도. [CBRE 캡처]

영국 정부가 안보 위협 우려로 수년간 보류해왔던 런던 도심 내 초대형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을 전격 승인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양국 간 ‘실용주의 외교’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스티브 리드 주택지역사회부 장관은 옛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에 주영국 중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중국이 2018년 약 5000억원에 매입한 이 부지는 2만㎡(약 6050평) 규모로 완공 시 서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외교 공관이 된다.

해당 부지는 영국의 금융 중심지인 시티오브런던과 인접해 있고 주요 광섬유 케이블이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이같은 이유로 영국 정보기관과 정치권에서는 중국의 첩보 활동 기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건립을 반대해왔다.

미국 백악관도 영국이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 승인을 발표한 직후 중국의 안보 위협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대사관 건립 승인과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적대 세력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의 핵심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백악관이 작년 여름에도 이 부분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리드 장관은 내무부와 외무부를 포함해 국가 안보 담당 부처나 케이블 소유·운영업체에서 케이블 관련 안보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케이블을 둘러싼 우려가 건설 계획 반려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켄 매캘럼 보안국(MI5) 국장과 앤 키스트-버틀러 정보통신본부(GCHQ) 본부장은 내무장관과 외무장관 앞으로 보낸 공동 서한에서 “모든 잠재적 위험요인을 일체 제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해당 부지를 위한 ‘비례적’ 국가 안보 완화 패키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 승인은 스타머 총리의 이달 말 중국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이뤄졌다. 2018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이후 8년 만에 추진되는 영국 총리의 방중을 앞두고 중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영국 정부 역시 2000억원 규모의 주중 영국 대사관 이전 계획에 대한 중국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해 승인 과정에 정보기관들이 참여했으며 중국 외교공관을 한데로 모으는 것이 안보상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반대 의견을 내온 제1야당 보수당의 프리티 파텔 예비내각 외무장관은 “키어 스타머가 이 부끄러운 ‘슈퍼 대사관’ 항복으로 우리 국가 안보를 중국 공산당에 팔아넘겼다”고 비난했다. 지지율 1위의 영국개혁당도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자 중국 공산당에 잘 보이려는 노동당 정부의 필사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영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보다 실용적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상히이 외국어대 중국·영국 문화교류센터의 왕한이 연구원은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안보 논리보다 실용적·이성적 외교가 승리를 거둔 사례”라며 “이번 결정은 국제적 의무와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이번 승인은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위한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협력 문제를 안보화·정치화하려는 시도가 결국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제로섬 사고를 넘어 공동 이익에 초점을 맞출 때만 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외국어대 산하 상하이 글로벌거버넌스·지역연구원의 리관제 연구원도 “중국 대사관 부지 선정은 영국 정부와 정보기관의 철저한 검토를 거쳤을 것”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일부 영국 정치인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광태 기자(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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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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