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을 법으로 의무화한 제도가 시행되면서 국내 재활용 페트 수요를 구조적으로 키우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폐페트 재활용 설비와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삼양에코테크와 티케이케미칼 등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개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시행 중이다. 연간 5000톤 이상 생수·음료 페트병을 생산하는 기업은 국내에서 발생한 폐페트로 만들어진 재생원료를 10% 사용해야 한다.
사용의무 대상자는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웅진식품, 씨피엘비, 스파클, 동원에프앤비, 동아오츠카, 하이트진로음료, 이마트가 해당된다. 정부를 이 대상자를 2030년까지 연간 1000톤 이상 생산자로 확대해 플라스틱의 신규 생산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제도는 재생원료 사용을 법으로 의무화하면서 재생원료 수요를 구조적으로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재생원료의 생산과 사용 촉진을 위해 2030년까지 사용 의무율도 30%로 단계적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식품용기용 재생원료 인정 기준을 기존 투명 폐페트병에서 혼합 폐페트병까지 확대했다. 기존에는 별도로 수거된 투명 폐페트병만을 사용해야 식품 용기용 재생원료로 인정됐지만, 여기에 해당되는 폐페트병은 전체 수거량의 약 7%에 불과해 재활용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국내에서 물리적 재활용 방식으로 폐페트 밸류체인을 구축해 온 기업들은 국내 재생원료 시장의 본격 개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재생 페트 수요가 음료사들의 자율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에 좌우됐던 것과 달리 의무화 시행으로 안정적인 내수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재생원료 의무사용제 도입 등 정부 정책 방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원료 공급사로서 향후 제도 변화와 시장 수요 확대에 맞춰 재활용 페트를 포함한 다양한 리사이클 소재 적용 방안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삼양그룹의 페트용기·음료 제조 계열사 삼양패키징의 100% 자회사인 삼양에코테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페트 플레이크 적합성 인증에 이어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용기용 재생원료 인증도 획득했다. 시장 개화를 앞두고 자체 재생원료를 식품용기에 적용하기 위한 모든 인증을 갖춘 것이다.
삼양에코테크는 시화공장에 연간 폐페트병 4만50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물리적 재활용 설비도 구축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일 공장 내에서 페트 플레이크와 재활용 페트칩을 모두 생산할 수 있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페트 플레이크 3만2000톤, 재활용 페트칩 2만2000톤 규모다.
에이치투와 유일산업도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투명·유색이 혼합 수거된 폐페트병을 사용해 제조한 재활용 페트칩에 대한 인증을 지난해 새롭게 획득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재생원료 수요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티케이케미칼도 국내 폐페트 재활용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꼽힌다. 지난해 1~9월 기준 티케이케미칼 공장의 페트칩 생산량은 19만701톤으로 평균 가동률은 95.3%에 달한다. 주요 매출처는 생수판매업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스파클 등이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소재를 식품용기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페트플레이크를 담당하는 환경부와 재활용 페트칩을 담당하는 식약처의 승인을 모두 획득해야한다"며 "현재 10%로 시작한 의무제가 30%로 확대될 경우 재생원료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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