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상장후 엑시트 전망
자금 6조~9조원 확보 예상
지분율 높여 정면돌파 유력
계열사 분할·합병 방안도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나믹스 기업공개(IPO)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8년가량 묵혔던 그룹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다시 시작할 지 그 시나리오에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단 현대차그룹이 최근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사업기획 TFT’를 신설하면서 이번엔 보다 구체화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부서는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IPO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정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 2020년 10월 15일 수소경제위원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이후 계열사 재편이 이뤄질 때마다 ‘지배구조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현재까지 구체화되지는 않고 있다.
시장서 예견한 연말 또는 내년 초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상장 윤곽이 한층 뚜렷해진 만큼, 지배구조 재편 작업도 그에 맞춰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경우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IPO 단행 시 기업가치를 어느 정도 평가받는지가 관건이다. 로봇 시장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는 6개월 뒤, 1년 뒤가 달라질 수 있어 섣부른 예측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10%를 보유한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여부, 상장 과정에서의 신주 발행 규모도 변수다.
그럼에도 시점에 차이만 있을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보스턴 다이나믹스 상장 후 엑시트(자금 회수)를 통해 상속세와 지배구조 개편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장의 관심은 상장으로 마련한 실탄을 정 회장이 어떻게 지배구조 재편에 활용할 지 여부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시도했으나 주주 반발에 부딪쳐 실패한 바 있다.
일단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정 회장이 직접 지분율을 높여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정면돌파’ 방식이다.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상장 후 지분가치를 30조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정 회장이 엑시트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지분율 22.5%로 단순 환산하면 6조7500억원가량 된다. 또 정 회장이 최대주주인 현대글로비스도 보스턴 다이나믹스 지분 11.3%를 보유하고 있어 3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정 회장이 9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하면 어떤 방식으로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제철-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글로비스-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현대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 등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정 회장의 상속 완료 이후 현대제철,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자본시장에서 유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가장 보편적인 정공법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아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 17.9%을 쥐고 있으며, 현대제철은 6.0%를 들고 있다. 여기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율은 7.38%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단 0.3%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 회장이 마련한 현금으로 이들 지분을 모두 확보하게 되면 31~32%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기아·현대제철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 가치는 전날 종가 기준 약 10조원가량 된다.
다만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상장하더라도 정 회장이 곧바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오버행’(대규모 매도 대기 물량)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간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18년 시나리오를 보완해 주주불만을 해소하는 방안도 나온다.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과 AS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내세웠지만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현대모비스 기업 가치의 60~70%를 차지하는 AS 부문을 분할·상장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이 나오고 있다.
분할 회사를 별도 상장하고 일정기간 내에 평균 거래가격으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면 합병 비율이 시장에 맡겨져 주주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식이다.
이 방식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지분율이 19.9%로 높아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에도 정 회장이 보스턴 다이나믹스 상장 후 보유 지분을 단기간에 매도하면 오버행 이슈가 물릴 수 있다.
여기에 총수의 지분 매각은 기업 가치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개편은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상장 이후 시나리오에 대해 “정 회장이 직접 보유한 지분 또한 상장 직후 단기 매각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그룹 총수의 직접적인 지분매각은 자본시장에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회장 입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시점에 대한 무기한 연기가 가능하다”며 “상속 -지배구조 개편이 하나의 선후관계일뿐 급진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우진·임주희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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