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조특위 20일 무안공항 현장조사
비상착륙 상황 공유됐지만 소방엔 ‘대기’만 통보
방문 직전 유류품 무단 수거 의혹에 유족 격분
22일 청문회 앞두고 총체적 관리 부실 도마 위
179명의 희생자를 낸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관제탑이 공항 소방대에 명확한 출동 명령을 내리지 않아 초기 대응이 지연된 사실이 국회 국정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현장 조사 직전 사고 현장의 유류품이 유족 동의 없이 치워진 정황까지 포착되면서 정부의 안일한 사후 대처가 도마 위에 올랐다.
20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이양수)는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조사에는 특위 위원과 국토교통부 관계자,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사고 발생 경위와 구조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최대 쟁점은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지휘 체계의 붕괴였다. 특위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전 9시 1분 관제탑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 착륙 가능성을 인지하고 소방 상황실에 ‘대기’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출동 지시는 내려지지 않았다.
소방대는 사고기가 활주로 이탈 후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과 충돌해 폭발한 시각인 9시 2분 57초가 지나서야 움직였다. 이양수 위원장이 “대기 상태에서 왜 현장 도착까지 지체되었느냐”고 추궁하자, 공항 관계자들은 “소방차는 출동 명령이 있어야 이동한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메이데이(긴급구조신호)’ 선언 후 폭발까지 약 4분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선제적 조치가 전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사고 현장 훼손 논란도 불거졌다. 이날 오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활주로 끝단 로컬라이저 시설을 둘러보던 유족들은 “어제까지 남아있던 유류품과 잔해가 사라졌다”며 강력히 항의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특위 방문에 맞춰 누군가 현장을 급히 청소한 것 아니냐”며 “중요한 증거물이 될 수 있는 잔해를 유족 상의도 없이 치운 것은 명백한 증거 인멸이자 은폐 시도”라고 성토했다. 격분한 일부 유족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에게 거세게 항의하면서 현장은 한때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예방 시스템의 허점도 확인됐다. 사고 당시 조류 퇴치 인력은 정원(4명)에 턱없이 부족한 1명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항 측이 “현재는 장비와 인력을 보강했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은 “사람이 죽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느냐”며 오열했다.
이날 조사를 통해 관제·소방의 소통 부재와 현장 보존 실패가 확인됨에 따라, 향후 책임 규명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조특위는 이날 수집한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오는 22일 청문회를 열고, 27일 최종 결과 보고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김윤정 기자(kking15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