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때 베이커리 원·부자재 유통 플랫폼 ‘베이킹몬’ 창업

온라인 기반 급성장… 대표 1인에게 집중된 리스크에 한계

삼립에 매각후 조직일원으로… 시스템·유통구조 정비 박차

정부중 SPC GFS 상무
정부중 SPC GFS 상무

정부중 SPC GFS 몬즈사업부 상무

창업으로 한 때 연매출 550억원을 올리는, 꽤 자리 잡은 회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서른즈음엔 사업의 길을 접고 중견 기업 임원으로 갑작스런 변신을 했다. 택한 곳은 SPC GFS, 얻은 타이틀은 사내 최연소 임원이었다.

정부중(35·사진) SPC GFS 몬즈사업부 상무는 회사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해온 일반인들과는 정반대의 길에서 인생 2막을 펼친 케이스다.

정 상무는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진정한 사업은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20대에 베이커리 원·부자재 유통 플랫폼 ‘베이킹몬’을 창업해 회사를 키워왔던 그는 연 500억원이 넘는 당시 성과를 두고도 스스로 “사업이 아닌 장사”였다고 규정했다.

당시 제빵업계에서 온라인 기반 유통은 낯선 영역이었지만, 그는 이를 새로운 가능성으로 봤다. 온라인 주문과 물류를 결합한 구조를 통해 베이킹몬은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베이킹몬이 성장할수록 구조적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고 했다. 공급망관리(SCM)부터 가격 책정, 상품 촬영, 회계, 물류 포장까지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대표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었다고 했다. 빠른 판단과 실행이 강점인 구조였지만 매출과 조직이 커질수록 모든 리스크가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였다.

정 상무는 “그땐 사장이 생산부터 배송 전 과정에 개입해 포장 같은 실무까지 마무리하면 능력 있는 리더라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리더의 역할은 직접 더 잘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설계해 조직이 더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의식을 안고 2021년 베이킹몬을 SPC삼립에 매각하고 조직의 일원이 됐다. 베이킹몬은 성장하는 회사였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조직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SPC GFS 합류 이후 정 상무의 역할은 이전보다 명확해졌다. 그는 SPC GFS에서 베이커리 원·부자재 유통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맡아, 자사 유통 채널과 온라인 주문 구조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운영 효율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자사몰과 기업 간 거래(B2B) 유통 구조를 정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주문·물류·재고 관리 전반을 시스템으로 풀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보다 안정적인 조건으로 원·부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창업가였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 시절에는 빠른 판단과 실행이 최우선이었다면, 지금은 조직 안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부중 SPC GFS 상무
정부중 SPC GFS 상무

정 상무는 “지금은 조직의 의사결정자 중 한 명”이라며 “과거에는 옳다고 생각하면 바로 실행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그 판단을 시스템 안에서 설명하고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개인의 직관을 내려놓고 조직이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리더의 역할은 시스템을 설계해 조직이 스스로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상무가 바라보는 한국 베이커리 산업의 미래 역시 이 같은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는 국내 베이커리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과거처럼 출점 경쟁이나 물량 경쟁만으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신 프랜차이즈와 골목 빵집이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나눠 성장하는 공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K-베이커리 모델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K-베이커리의 외연을 넓히는 역할을 맡고, 국내에서는 원·부자재 공급과 유통 구조를 통해 소상공인과의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을 대립 구도로 볼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강점을 결합해 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해외에서 길을 열면, 동네 빵집들도 그 흐름 위에서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대기업이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처럼 개성 있는 디저트 영역까지 모두 대체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맡고 있는 SPC GFS의 디지털 유통 구조 고도화 작업은 아직 미완성 단계다. 그는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 상무는 “SPC GFS가 추구하는 베이커리 원·부자재 유통 플랫폼 성장 단계는 10단계 중 2~3단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스템과 유통 구조를 정비해 K-베이커리 원부자재 유통 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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