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층 가운데 ‘쉬었음’ 상태로 노동시장 밖에 머무는 비중이 늘어나는 데 이어 취업을 아예 원하지 않는 ‘취포자(취업 포기자)’ 청년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흐름을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가 높아진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보임금과 희망 기업 유형을 살펴봐도 쉬었음 청년들의 기대 수준이 다른 미취업 청년보다 높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쉬었음 청년층의 특징 및 평가: 미취업 유형별 비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쉬었음 인구 비중은 2019년 12.8%에서 지난해 15.8%로 6년 새 3.0%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청년층(20~34세)에서는 이 비중이 14.6%에서 22.3%로 7.7%p 확대돼 증가 폭이 더 컸다.
특히 쉬었음 청년 가운데 아예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의사가 없다고 밝힌 쉬었음 청년은 2019년 28만7000명에서 지난해 45만명으로 6년 만에 16만명 이상 증가했다.
반면 취업을 희망하는 쉬었음 청년은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윤진영 한은 고용연구팀 과장은 “최근 쉬었음 청년 중에서는 일자리를 희망하지 않는 청년들이 중심이 돼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만 취업 의사가 없는 것인지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복귀 가능성이 낮은 것인지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우려되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런 쉬었음 청년 증가 흐름을 미취업 상태의 선택 변화가 아니라 미취업 경로 내부의 이동 결과로 해석했다. 미취업 청년을 △구직 △인적자본 투자 △쉬었음의 세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개인의 특성과 미취업 기간에 따라 유형 간 이동 확률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학력별로 보면 초대졸 이하 청년층은 4년제 대졸 이상 청년층보다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이 6.3%p 높았다. 진로 계획의 구체성이나 변화 대응 능력을 의미하는 진로적응도가 낮은 청년 역시 쉬었음 상태일 확률이 4.6%p 더 높게 나타났다.
한은은 이를 두고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나 기대수익 인식의 차이가 미취업 상태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분석했다.
미취업 기간의 영향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누적되는 양상으로 나타났다. 미취업 상태가 1년 늘어날 때마다 쉬었음 상태에 있을 확률은 4.0%p 상승한 반면, 적극적인 구직 상태에 머물 확률은 낮아졌다. 특히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쉬었음으로 이행할 가능성의 증가 속도도 점차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단기간 구직 실패가 반복될수록 노동시장과의 연결이 약화되는 경로가 강화된다는 의미다.
윤 과장은 “미취업 기간이 늘어날수록 쉬었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그 영향도 가속화된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학력이나 진로적응도가 낮은 청년층에서 더 빠르게 누적된다”며 “미취업 장기화가 반복될 경우 구직 의지 자체가 약화된 상태로 관측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눈높이보단 이탈 구조…“유보임금·중소기업 선호 낮지 않아”
한은은 쉬었음 청년 증가를 청년들의 일자리 눈높이 상승으로 해석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분석 결과 쉬었음 청년층의 평균 유보임금은 연 3100만원 수준으로 다른 미취업 청년들과 비교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상대적으로도 구직 중이거나 인적자본 투자를 하고 있는 청년과 큰 격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희망 기업 유형의 경우 쉬었음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원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가장 높았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선호 비중은 다른 미취업 청년들보다 낮았다. 한은은 이를 두고 쉬었음 청년들의 일자리 기대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과장은 “유보임금이나 희망 기업 유형을 보면 쉬었음 청년들의 눈높이가 절대적·상대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쉬었음 상태로 머무는 청년이 늘고 있다는 점은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요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정책 시사점으로 초대졸 이하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재진입 유인책 마련, 미취업 장기화를 막기 위한 진로 상담과 일 경험 지원 강화, 중소기업 근로여건 개선 등을 제시했다.
윤 과장은 “미취업 기간이 길어지기 전에 노동시장과의 연결을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개입이 중요하다”며 “청년 고용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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