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리스크 정확히 예측 못해
고영향AI 행정적 소모 불보듯
과기정통부, 1년 간 처분 유예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이 오는 22일 전면 시행되는 가운데 AI 산업 현장 곳곳에서 여전히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불명확하고 모호한 기준들이 법안의 핵심 내용에 남아있는 채로 시행되는 탓이다. 시행 전부터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AI 산업을 법의 테두리 내에 두고 진흥시킨다는 근본 취지마저 퇴색하는 모양새다.
19일 디지털타임스 취재를 종합하면 AI 업계는 AI기본법 해석과 적용이 새로운 사업 불확실성을 낳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큰 기업들은 법안 내 기준이 모호해 규제 리스크를 정확이 예측하지 못하고 있고, 법률 대응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들은 사업계획을 어떻게 변경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있다.
AI기본법은 2020년 7월 최초 발의로부터 2024년 12월 본회의 통과까지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국내 AI 산업 진흥에 초점을 맞췄는데 안전성을 중시한 유럽연합(EU) AI법 등의 영향으로 점차 규제 조항이 들어가게 됐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규제 최소화를 원칙으로 삼았지만, 각계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정·보완 요구를 하면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 결과 AI기본법이 내용은 방대하지만 불확실성을 기대만큼 해소하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글로벌에서 쓰이는 '고위험AI'(해를 끼칠 가능성) 대신 새롭게 '고영향AI'(중대한 영향)라는 개념을 담았는데 무엇이 고영향AI인지 가려내기 위한 행정적 소모는 이미 예고된 일이나 마차가지다. 이렇다보니 하위법령, 그 중에서도 각각의 가이드라인에 주로 의존하게 되고, 기업들로선 파악·대응을 위한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됐다.
과기정통부는 과태료 등 규제 처분을 시행 이후 1년 동안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 AI업계 관계자는 "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사례 발굴·확산 등을 포함해 최소 2~3년은 안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지난해 12월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스타트업 가운데 AI기본법 관련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 중인 비율은 단 2%에 불과했다. 지난해 7월엔 AI기본법에 대해 국내 기업 중 절반(51%)만 인지하고 있다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미 개정을 요구한 상태다.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가천대 법학 교수)은 "규제 수준이 높은 법보다 더 위험한 것은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알 수 없는 불명확한 법"라며 "실제 시행과 규제 경험도 중요한 자산이나, 규제 해소 방식의 불완전성 등은 당장 개정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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