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엔솔브가 지난해 하반기에만 에너지저장장치(ESS) 국책사업을 연달아 수주한 비결은 무엇인가요? ESS 제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ESS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운영하느냐가 왜 국책사업의 결정적 기준이 됐나요?”
SK이노베이션 E&S 자회사인 엔솔브(ENSOLVE)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정비(O&M) 역량을 앞세워 ESS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부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ESS 팜’과 ‘구미 탄소중립산단 ESS 통합발전소’라는 국책사업 2건을 연이어 수주한 것입니다.
부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ESS 팜은 지난해 11월 부산이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추진된 500MWh 규모의 ESS 팜 운영 사업입니다. 이 사업은 중앙 대형 발전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을 수요지 인근에서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형 전력 체계를 구현한 사례입니다.
500MWh 규모의 ESS 팜은 약 4만2000세대가 하루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으로 첨단 데이터센터 5곳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심야 시간대에 충전한 전력을 피크 시간대에 활용해 전기요금을 약 8% 절감할 수 있으며, 부산 지역만 연간 157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예상됩니다.
또 엔솔브는 전국 1호 탄소중립산단 대표 모델로 선정된 구미산단을 무대로 ESS 운영 역량을 한층 끌어올릴 예정입니다. 오는 2029년까지 구미산단 내에 60MWh 규모의 ESS 통합발전소와 지능형 전력거래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정비(O&M)를 수행한다는 계획입니다.
국책사업이 선택한 이유…구역전기·집단에너지 사업자로 계통운영 경험 보유
이번 수주는 분산에너지 정책과 연계된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엔솔브가 축적해온 장기간의 전력 계통 운영 경험이 경쟁력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장기 운전 경험과 체계적인 안전 관리 역량이 주요 평가 기준으로 꼽히기 때문입니다.
엔솔브는 부산 정관신도시 약 3만 세대에 열과 전기를 직접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자’이자 ‘집단에너지사업자’입니다. 엔솔브는 이달 기준 국내외에서 태양광 52MW, ESS 251MWh 규모의 자산을 직접 보유·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사가 보유한 태양광 800MW와 SK이노베이션 E&S가 구축한 전남해상풍력(100MW) 설비에 대해서도 O&M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구역전기사업으로 축적한 배전 계통 운영 경험과 현장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에너지 설루션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10월 29일 부산정관에너지에서 엔솔브로 사명을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단순한 브랜드 리뉴얼을 넘어 급변하는 에너지 산업 환경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입니다. 영문명인 ‘ENSOLVE’는 ‘Energy’와 ‘Solve’의 합성어로 에너지 산업 전반의 복합적인 문제를 기술과 운영 역량으로 해결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습니다.
19개 사업장서 251MWh 직접 ESS 운영…ESS O&M 경쟁력 입증
엔솔브는 이미 ESS O&M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산·경남 지역에서만 130MWh 대규모의 ESS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외 19개 사업장에서 총 251MWh 규모의 ESS 설비를 보유하고 운영 중입니다.
또 최근에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15년간 배터리 유지보수와 사후서비스(AS) 등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라는 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9년까지 2.3GW 규모의 ESS를 전국에 구축한다는 목표인 만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540MW 규모의 ESS 중앙계약시장을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ESS는 전력이 남는 시간대에 저장했다가 수요가 집중되는 시점에 활용함으로써 전력 수급 안정성과 계통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을 보완하고 피크 전력 사용을 줄여 전력망 부담 완화와 전기요금 절감 효과도 제공합니다.
엔솔브는 사업장의 최대 전력 수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적절한 시점에 ESS를 방전해 피크 부하를 저감하는 ‘피크컷 사업’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구미·김천 등 주요 사업장에서 매년 수억원 규모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또 사전 계약된 용량이나 고객의 운영 상황에 따라 ESS를 유연하게 방전하고, 전력 과잉 공급이 예상되는 시점에는 충전을 수행하는 ‘플러스DR’ 서비스로 통합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운영 솔루션을 한층 고도화했습니다. 전력 수급의 균형 유지와 운영 효율 제고를 동시에 끌어올린 것입니다.
‘안전 또 안전’ 이례적 화재 대응 훈련 실시…안전·운영 시스템도 고도화
무엇보다 엔솔브의 잇따른 국책사업 수주는 ESS O&M 과정에서 축적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역량이 평가 과정에서 핵심 경쟁력으로 인정받은 결과입니다.
국내 ESS 시장은 2018년 이후 20건 이상의 화재 사고와 정부의 안전 규제 강화 영향으로 설치가 중단되며 한동안 침체 국면을 겪은 전례가 있습니다. 2024년 6월에도 경기도 화성의 아리셀 리튬배터리 공장의 화재로 3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후 ESS 설비의 안전성과 운영 관리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에 엔솔브는 2024년 8월 부산 강서구 르노코리아 ESS센터에서 대규모 화재 대응 모의 훈련을 실시하며 잠재적 안전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사고 예방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2만4800kWh 규모의 ESS를 대상으로 소방 인력 40여 명과 소방차 15대를 투입했습니다.
엔솔브는 당시 열폭주로 인한 화염 확산과 유틸리티 배관으로의 연소 확대 가능성까지 가정한 실전형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전기차 아이오닉5 약 295대 분량의 배터리 용량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엔솔브는 이 훈련을 계기로 화재 발생 시 설비 관리 기준과 소화 범위·방법, 지휘 통제 시 유의 사항, 보호구, 소방설비 활용 절차 등을 체계적으로 정립했습니다. 단순한 훈련을 넘어 ESS O&M 사업자가 갖춰야 할 안전 대응 기준을 자체적으로 구축한 것은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대규모 ESS 설비를 원격으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시 핵심 경쟁력입니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부하 예측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충·방전을 제어하는 통합 EMS와 고장 이력·조치 가이드·작업 절차를 체계화한 운영관리시스템(OMS)을 함께 운용 중입니다. 기존 수기 중심의 O&M 이력 관리를 시스템화하며 운영 효율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입니다.
글로벌 ESS O&M 시장 131억달러 성장…엔솔브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
ESS의 역할이 커지면서 산업 경쟁의 기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 ESS 설비 제조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최근에 설비 제조 역량뿐 아니라 ESS를 얼마나 안전하고 화재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가격 평가 비중이 60%에서 50%로 줄어든 반면 비가격 평가의 비중은 40%에서 50%로 확대됐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비가격 평가지표에서 화재 안전성 점수는 6점에서 11점으로 5점이나 상향됐습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도 시작될 계획입니다. 전기차 캐즘 등으로 장기간 한파가 지속된 배터리 시장에서 ESS O&M 사업의 중요성은 지속 확대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시장조사기관 그로스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ESS O&M 시장은 2024년 약 42억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13.5% 성장해 2033년 약 131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북미와 유럽은 엄격한 배출 규제와 분산에너지 확산에 힘입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와 중동·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도 ESS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O&M 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엔솔브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단순한 이름 교체가 아니라 ESS 운영·정비 전문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대외적으로 선언한 전환점”이라며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새 사명처럼 ESS 설치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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