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업 1년 늘면 실질임금 6.7%↓
주거비 부담도 자산·교육 투자 제약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주거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이 같은 초기 충격이 생애 전반의 고용 안정성과 자산 형성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용직으로 전환될 확률이 낮아지고 실질임금도 감소하는 데다, 주거비 상승은 자산 축적과 교육 투자 여력을 동시에 제약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영향 평가’에 따르면 청년층의 미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후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모두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청년층의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은 66.1%였으나, 3년으로 늘어나면 56.2%로 낮아졌다.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증가할 때 현재 실질임금은 평균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등 거시 지표만 놓고 보면 청년층의 고용 여건은 과거 세대에 비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 구직 기간이 길어지고, 첫 일자리의 질이 악화되는 구조적 어려움이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노동시장 진입 시기에 겪는 충격은 단기간에 해소되기보다 이후 생애 전반에 걸쳐 누적되는 경향이 있다”며 “과거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잃어버린 세대)’ 사례에서도 보듯 초기 구직 실패가 고용 불안과 소득 감소로 이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와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지목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장 사다리가 약화되면서 청년층이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기보다 대기업 진입을 목표로 구직을 장기화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고, 기업들도 수시채용과 경력직 중심 채용을 확대하면서 노동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최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된 점도 청년 고용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이 차장은 “고용률 등 시계열을 길게 보면 개선된 측면이 있지만, 2023년 이후에는 이러한 개선 흐름이 둔화되거나 전환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며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서의 구직 기간 장기화가 청년층의 가장 큰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주거 측면에서도 청년층의 부담은 과거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분석됐다. 학업과 취업을 계기로 독립이 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비아파트 주택 공급은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월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주거비 상승은 주거의 질 개선으로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시원 등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늘었고, 최저주거기준 미달 비중도 최근 다시 상승 전환했다.
한은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형성과 인적자본 축적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주거비가 1% 상승할 경우 총자산은 0.04%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교육비 비중은 0.18%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청년층 부채 비중도 전체 연령 대비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차장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 자산이라는 완충 장치가 약화되고, 교육비 지출 감소로 인적자본 축적이 저해될 수 있다”며 “이를 종합하면 오늘날 청년세대의 고용과 주거 문제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은은 청년층의 고용과 주거 문제를 개인 차원의 어려움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 측면에서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주거 측면에서는 청년층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주택 공급을 확대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차장은 “청년층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겪는 고용과 주거의 부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초기 충격이 장기간 누적될 경우 성장 잠재력과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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