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마이크론 공장서 발언
‘480억달러 투자’ 삼성·SK 겨냥
靑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
추가투자 불가피… 전략 필요
미국 정부가 자국에 투자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D램 등 메모리반도체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480억달러(삼성 440억달러, SK하이닉스 38억달러) 규모의 현지 투자를 진행하는 등 이미 미국 반도체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업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처럼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할 당시에는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지목했다.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엔비디아 등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AI칩에 들어가는 메모리 등을 고려하면 영향이 적지않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메모리를 생산하려는 모든 이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뉴욕주 시러큐스 인근에서 열린 마이크론 공장 기공식 현장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한미가 합의한) ‘불리하지 않은 대우’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최혜국’ 약속을 한 미국 정부가 이 같은 압박을 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는 곧 산업통상부 등 관련 부처로부터 보고받고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은 미국 마이크론이 25.8%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7.8%를 차지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일부 범용 낸드플래시와 이미지센서를 생산 중이며, 테일러에서는 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만드는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미국에는 D램 공장이 없다.
다만 마이크론 역시 현 시점에서 메모리 주력 생산지는 대만과 일본, 싱가포르 등이고 미국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발(發)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스마트폰 등 IT기기 가격 인상)에 기름을 붓는 격인 만큼, 미국 정부가 구글 등 빅테크 업체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관세 100%’를 부과할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삼성과 SK의 투자가 전임인 바이든 정부 당시 나왔던 점, 그리고 최근 대만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250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도 일정 수준의 호응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빅테크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100% 관세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경우 빅테크와 연계한 일부 투자는 나쁘지 않지만, 첨단 공정은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태 전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지금 미국의 반도체 자급율이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당장 100% 관세를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장 건설이 2~3년 이상 걸리는 만큼, 트럼프 정권 이후의 변화 가능성을 두고 협상을 하는 지연 작전을 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우진·임재섭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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