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BOP)’ 참여국에 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의 기여금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졌다.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명분으로 출범한 이 기구를 두고 국제사회에선 유엔(UN)을 대체하려는 ‘트럼프식 국제기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각 16일 BOP 출범을 공식 발표하며 이는 자신이 제시한 ‘가자 전쟁 종식을 위한 20개 항 종합 계획’을 실행하기 위한 “중대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위원회 구성원은 곧 발표될 예정이며 이는 역사상 언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장 위대하고 가장 권위 있는 위원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가 최초 입수해 보도한 BOP 초안 헌장에 따르면 회원국은 기본적으로 최대 3년의 임기를 갖게 되지만 출범 첫해에 10억 달러를 기부할 경우 영구 회원 자격을 부여받는다. 다만 미국 정부 관계자는 18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기부는 의무 사항은 아니며 기여국에 한해 영구 회원권이 주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자금은 가자지구 재건을 위한 행정부의 노력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장에는 BOP가 “분쟁의 영향을 받거나 위협받는 지역에서 안정성을 증진하고 합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통치를 회복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기구”라고 명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원장으로서 기금 운영을 포함한 전반적인 권한을 직접 행사할 계획이다.
다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여러 국가들이 이 헌장 초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OP의 역할과 권한이 유엔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트럼프식 유엔’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BOP가 유엔을 대체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외교관 발언을 인용해 각국 정상들에게 발송된 서한에서 BOP가 ‘글로벌 분쟁 해결을 위한 대담한 접근’으로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BOP 산하에는 가자지구 재건을 전담하는 ‘가자 집행위원회(Gaza Executive Board)’가 별도로 설치된다. 초안 헌장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 대상 국가 선정, 공식 인장 결정, 투표 사안 최종 승인, 구성원 해임, 의제 승인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또 연 1회 의결 회의와 분기별 비의결 회의를 주재하며, 후임 위원장 지명권도 보유한다.
이미 미국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고문 재러드 쿠슈너, 로버트 가브리엘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이 BOP 집행위원으로 임명됐다. 여기에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억만장자 마크 로완, 세계은행 총재 아자이 방가 등도 이름을 올렸다.
가자 집행위원회에는 터키 외무장관 하칸 피단, 카타르 고위 관료 알리 알사와디, 이집트 정보국 수장 하산 라샤드 장군, 아랍에미리트 장관 림 알하셰미, 전 유럽의회 의원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등이 포함됐다. 믈라데노프는 팔레스타인 주도의 ‘가자 행정 국가위원회(NCAG)’와 BOP 간의 조정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한편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자 집행위원회가 “이스라엘 정책과 상충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터키와 이집트 인사들의 대거 참여가 반이스라엘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과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히틀러에 비유하고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양호연 기자(hy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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