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40·도 30·군 30% 예산 분담

지자체 수입 적을수록 부담 커져

신안군, 연수입 42% 지출해야

복지 축소·지방채로 재원 마련

국비 상향땐 재정·형평성 우려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제미나이가 그린 일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제창한 ‘기본사회’의 실험대인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2026년 1월부터 전국 10개 군(郡)에서 전면 시행에 돌입한 가운데, 농어촌 자치단체 현장에선 예산 확보를 위해 기존 사업을 대거 축소하거나 지방채를 검토하는 등 재정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멸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목표로 추진하는 사업이 오히려 ‘가난한 지자체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설’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1차 선정지 7곳(청양·연천·정선·순창·신안·영양·남해)은 지난해 말부터, 2차 선정지 3곳(옥천·장수·곡성)은 지난 6~7일부터 주민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지급 수단은 지류(종이) 상품권이 아닌 카드형이나 모바일형 지역화폐로 제한된다. 설 연휴 전에 지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재원 분담 구조다.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의 매칭 비율 탓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군 단위 지자체가 전체 청구서의 절반 이상(지방비 60%)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농식품부 등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의 연간 총사업비는 5745억원으로 이 중 지방비 부담액만 3446억원에 달했다.

디지털타임스가 10개 시범지역의 인구 및 재정 데이터(행정안전부·통계청·각 지자체)를 전수 분석한 결과 가장 부담이 큰 곳은 전남 신안군으로 나타났다. 인구 4만1858명의 신안군은 연간 자체 수입이 478억원에 불과하지만, 이번 사업에 투입해야 할 군비 부담액은 197억원에 달해 41.3%라는 가장 높은 잠식률을 기록했다. 군이 스스로 번 돈의 40% 이상이 이 사업 하나에 투입된다.

이어 충북 옥천군(인구 4만9601명)이 자체 수입 750억원 중 260억원을 부담해 34.7%의 잠식률을 보였고, 전남 곡성군(32.2%)과 전북 순창군(30.9%) 역시 자체 수입의 30% 이상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지역들도 재정 압박이 상당했다. 전북 장수군과 경북 영양군은 나란히 29.3%의 잠식률을 기록했으며, 충남 청양군(27.9%)과 경남 남해군(27.5%)이 그 뒤를 이었다. 수도권인 경기 연천군은 23.5%였으며, 강원랜드에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강원 정선군이 그나마 18.5%로 가장 낮았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예산 편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군 단위 지자체가 수백억원의 기본소득을 재원을 마련할 방법은 네 가지로 압축됐다. △기존 사업 예산을 깎는 세출 구조조정 △적립해 둔 기금 전용 △추가경정 예산 △지방채 발행 등이다.

전남 신안군은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신안군 관계자는 이날 디지털타임스와의 통화에서 “군비 투입 규모가 워낙 커 지방채 발행을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북 순창군은 지난해 12월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이미 홍역을 치렀다. 군비 145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 종자통장, 아동행복수당, 농민소득보전 등 기존 복지 예산 132억원 삭감을 검토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또 농민수당(연 200만원) 중 군비 부담분을 기본소득 재원으로 돌리려 하자 같은 달 4일 일부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기존 혜택을 뺏어 기본소득을 주는 조삼모사 행정”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농민(특정 대상자)에게 가던 현금성 지원을 전 군민으로 확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충북 옥천군은 ‘허리띠 졸라매기’와 ‘추경’을 택했다. 올해 본예산을 편성하면서 ‘세출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사업비를 줄였고, 부족한 군비 260억원은 1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광역자치단체 재정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돈의 여유가 줄어들면 국가가 공모하는 각종 예산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며 “지방비 매칭 국비 사업에서 만약 지방재정 부담률이 20%를 넘길 경우 그냥 해당 사업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비 지원 상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재정 부담도 문제지만, 특정 지역에만 국비를 대거 투입할 경우 탈락한 지자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을 자격 요건을 갖춘 전국 69개 군 전체로 확대할 경우 연간 4조9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정부가 농어촌 기본소득 자격요건에 지방의 60%부담을 명시한 것도 지방정부 책임을 강화해 차별 논란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지금의 ‘4·3·3’ 매칭 구조를 유지하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지는 역설이 발생하고, 국비 비율을 높이면 국가 재정에 막대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정·윤상호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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