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영화 덩케르크는 ‘처칠 리더십’을 상징한다. 영화는 1940년 5월 처칠의 총리 취임 직후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다룬다. 영화는 33만명의 병사들이 덩케르크 해변에서 영국행 배를 기다리며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이야기다. 육해공의 시간과 공간 축으로 ‘살아남는 것이 용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처칠은 덩케르크를 ‘기적의 구원’이라며 항전을 선언했다. 그는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며 들판과 거리에서 싸울 것이고 언덕에서 싸울 것이다. 우리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고 천명했다. 나아가 그는 “전쟁은 철수로 이길 수 없다”면서 “피와 수고와 눈물과 땀 외에는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은 1차 세계대전의 상처와 대공황의 여파로 평화와 유화 정책이 대세였지만 처칠은 달랐다. 그는 아무도 위기를 인식하지 못할 때 전쟁에 대비했던 고독한 싸움을 이어온다. 나치의 군비 확장과 침략에 따른 미래의 변화와 과제를 직시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모든 공동체의 리더십은 단순한 ‘대표’가 아니다. 그 시기 공동체의 과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실행을 조직화하는 역할이 임무다. 지금 이 시기 공동체의 핵심 과제가 무엇인지 언어화하고 의제화하여 구성원과 공감하는 능력이 리더십 성공의 핵심이다.
처칠 리더십은 시대의 근본 고민과 정면으로 맞서 적절한 선택과 결정 그리고 집행을 통해 국가 공동체의 진로를 바꾼 대표적 사례다. 그는 특히 그때까지와 전혀 다른 기준과 선택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시대적 과제를 오판·회피하거나 시대정신 앞에서 방관하는 리더십은 공동체의 해악이다. “최선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고, 차선은 잘못된 일을 하는 것이며, 최악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는 이중적 과제 앞에 있다. 복합적 위기 앞의 공동체다. 그것은 ‘거시 지표 vs 생활 체감’의 괴리이자 ‘상부 경제 vs 하부 생활’의 분열이다.
K자 양극화다. 주식 랠리의 반대편에서는 상위 10%와 하위 10% 소득 격차가 2024년 처음으로 2억원을 넘겼고 상위 10%는 하위 10%의 20배 이상을 벌어 자산·소득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다. 가구 자산은 평균적으로 늘었지만 지니계수는 나빠졌다. 소득 5분위 배율도 더 벌어졌다. 상대적 빈곤율도 높아졌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도 계속 커지고 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물론 주택시장·교육·디지털·건강·돌봄 격차 등 비경제적 지표에서도 양극화는 깊어진다. 소매 판매와 건설 투자는 계속 감소 중이다. 노인 고용률은 높아졌지만 청년 고용률은 떨어졌다. 실업 급여는 사상 최대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논란도 우리나라 공동체의 상호모순적 위기를 의미한다. 국가 전략산업을 망치는 선거용 포퓰리즘이냐, 아니면 균형 발전과 에너지 전환의 분산 배치냐의 쟁점이다. 선택과 집중이냐, 균형과 분배냐의 선택이다.
문제는 ‘작은 정부·균형재정·시장 자율 vs. 큰 정부·확장 재정·정부 개입’의 기존 인식의 틀로 K자 양극화라는 전례 없는 위기의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이중적이며 복합적이고 상호모순적인 위기에 지금까지의 접근이 아닌 제3의 선택과 행동이 필요하다.
스마트 리더십이다. 역선택의 집중과 자율·재량 확대의 다층적 스마트 리더십 거버넌스 구축이다. ‘많이 하는 정부’가 아니라 ‘잘 구조화하고 민간과 지역에 자율과 재량을 확대하는 정부’다. 타깃형 양극화 완화의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위임의 단순화한 접근이 핵심이다.
세계은행과 OECD의 거버넌스 평가는 우리나라의 관료 우위와 선거 중심의 단기 성과주의 그리고 정치·사회적 갈등의 심화와 정책 일관성 부족 등에 주목한다. 한국은 중앙-지방 협력 미흡으로 공공서비스 품질에서 최하위권이며, 디지털 포용과 수평적 거버넌스가 취약하다. 수평·협력 문화와 다층 거버넌스가 부족하다.
스마트 거버넌스 리더십은 중앙과 지방 그리고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다. 게임의 규칙과 기본 방향 그리고 재정 프레임은 중앙정부가 정한다. 지역 맞춤형 투자 계획과 규제 완화 그리고 사업 설계와 혁신은 지역이 주도하는 구조와 방식이다.
뉴딜은 경기 부양을 넘어 가장 취약한 계층·지역에 자원과 제도를 집중했다. 뉴딜은 연방이 방향·재정·룰을 제시하며 독점과 카르텔을 견제하고 집행은 성과 기반 경쟁으로 주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이 담당하는 분권형 구조였다. 중앙은 방향과 규칙의 게임 룰과 자원 배분의 원칙이라는 판을 깔고, 지역과 기업은 설계와 집행을 맡는 형태다.
출발은 대통령의 인식과 선택이다. 대통령의 정확한 문제 파악과 방향 설정이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스스로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고통 분담을 위한 국민 공감의 설득 그리고 대통령 전략 의제의 집중, 나아가 거버넌스의 제도화 노력이다. 단기적인 전술적 대응과 적응이 아니라 장기 전략의 입구여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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