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감일동에 있는 동서울변전소 부지 모습. 한국전력공사 제공
경기 하남시 감일동에 있는 동서울변전소 부지 모습. 한국전력공사 제공

한전이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 부지를 변경해 대체 부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 전력정책의 신뢰가 시험대에 올랐다. 한전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에서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과 관련해 “대체 부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동해안의 원전·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등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송전선로의 종점이다. 이에 한전은 동서울변전소의 기존 설비를 고도화해 옥내로 이전하고, 잔여 부지에 HVDC 변환소 건립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HVDC 송전망 사업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결국 주민들이 제시한 대체 부지에서의 사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한전의 입장 변화 배경에는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두 차례 간담회에서 나온 주민들의 증설 반대 의견을 반영했다는 것이다. 정치권 개입도 문제다. 민주당 내 용인과 하남 국회의원들 사이에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확보가 시급한 용인 지역 의원들은 빠른 증설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하남을 지역구로 둔 추미애 의원은 증설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을 관리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AI·데이터센터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전력망 구축에서 갈팡질팡한다면 당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부터 위협받는다. 한 번 정한 계획을 끝까지 관철할 책임은 회피한 채, 그때 그때마다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는 주민 신뢰도, 산업계 신뢰도 모두 얻기 어렵다. 오락가락 정책으로는 국가 전략의 중심을 지킬 수 없다. 정부는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전력정책의 신뢰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왜 변전소 증설이 필요한지, 주민 수용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지, 정치적 압박과 무관하게 지켜야 할 원칙은 무엇인지 등을 정부는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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