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이 미 국회의원들을 둘로 갈라놓고 있습니다. 상·하원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나서 한쪽은 병합을 막기 위한 법안을 내놓고, 다른 한쪽에선 병합을 뒷받침하는 법안으로 맞서는 양상입니다.
공화당 내 ‘소신파’로 분류되는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알래스카)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 진 섀힌(뉴햄프셔) 상원의원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통합 보호법’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법안은 국방부(전쟁부)와 국무부가 하원이 책정한 예산을 나토 회원국의 영토에 대한 봉쇄, 점령, 합병, 군사작전 수행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덴마크는 나토 회원국입니다. 머카우스키 의원은 “나토 동맹국은 미국의 적대국과는 구별된다”며 “미국이 동맹국에 맞서 대규모 자산을 사용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며 의회에서 거부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의 빌 키팅 하원의원(매사추세츠주)이 주도하는 하원 초당파 그룹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전날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 역시 나토 동맹국이나 그 영토에 대해 승인받지 않은 군사 행동을 지원하는데 연방 예산 사용을 금지하고, 대통령을 포함해 미국 정부 관계자가 그러한 공격을 명령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키팅 의원은 성명에서 “이 법안은 유럽과의 공유된 목표와 근본적 안전뿐 아니라 미국 자체의 목표와 안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미 상·하원 초당파 의원들이 오는 16∼17일 덴마크 코펜하겐을 방문해 연대를 표명할 예정입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이번 미 의회 대표단에는 같은 당 진 샤힌, 딕 더빈, 공화당 중진 톰 틸리스 등 상원 의원과 일부 하원 의원이 동참합니다. 미 상원 나토 옵서버 그룹 공동의장인 틸리스 의원은 “동맹을 지지하고 덴마크와 그린란드의 주권을 존중하는 데 미 의회가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이번 방문의 의의를 강조했습니다. 앞서 그는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말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을 겨눠 “바보에게는 진절머리가 난다”면서 그린란드 병합 구상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그린란드 병합을 지원하는 법안도 발의됐지요. 랜디 파인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은 ‘그린란드 합병 및 주 지위 부여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덴마크 왕국과의 협상을 통해 그린란드를 미국의 영토로 병합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획득하는 방안을 포함한 필요한 조처를 할 권한을 부여하고, 병합이 완료되면 그린란드에 미국의 51번째 주(州) 지위를 부여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파인 의원은 “그린란드는 단순한 전초기지가 아니라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자산”이라며 “미국의 가치와 안보를 훼손하려는 자들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는 14일 미 백악관에서 회담을 가졌으나 접점 찾기에 실패했습니다. 협상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JD 밴스 부통령 및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무장관이 참석했습니다.
양측은 미국의 그린란드 확보 방안에 대해 각자 입장을 교환했지만, 라스무센 장관은 기자들에게 그린란드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이 남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실무 그룹을 구성하는데 합의했습니다.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될지 두고 보겠지만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뭔가 해법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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