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한국은행 통화정책 탓으로 돌리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환율 상승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등 대외 요인과 외환 수급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풀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는 과정에서는 고환율이 중요한 판단 변수로 작용했다.
◇"환율 상승 4분의 3은 대외 요인"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40원 넘게 하락했다가 연초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올라선 점이 통화정책 판단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금리동결 결정은 소수의견 없는 금통위원 전원 합의 사항"이라며 "최근 성장세가 11월에 비해 다소 나아졌지만 주택 가격과 환율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거나 높아져 현재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으로 대외 요인을 우선 지목했다. 그는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고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물량을 줄이고 환 헤지를 가동하는 등 안정에 기여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를 올려 환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은 환율만을 보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한은의 금리정책은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것"이라며 "환율로 금리를 잡으려면 2∼3%포인트를 올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환율 원인으로 펀더멘털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금리를 올리면 성장이 악화한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이 돈 풀어서 환율 올렸다는 얘기 사실 아니야"
이 총재는 최근 통화량 증가가 환율 상승을 불렀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최근에 가장 가슴 아프고, 화도 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떻게 이런 얘기를 데이터 확인 없이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한은이 돈 풀어서 환율 올랐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총재로 취임한 후 3년 동안 가장 많이 신경 쓴 것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그 결과 M2 증가율이나 M2 수준은 이전에 비해 늘어나는 추세를 스톱시켰다. 재임 기간에 M2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9월 M2가 전년 동월 대비 8.5% 늘어난 4430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6개월 연속 증가하자 늘어난 통화량이 고환율의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가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한은은 기자간담회 이후 박종우 부총재보를 통해 보충 설명에 나섰다. 박 부총재보는 "GDP 대비 M2 비율은 금융시장이 은행 중심인지 여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며 "이 비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환율 상승을 설명하는 것은 팩트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M2는 전달보다 1조9000억원 감소한 405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증감률은 지난해 3월 이후 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8% 증가했지만 최근 환율 상승을 설명할 만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린 상황은 아니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이 미국보다 2배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선을 그었다. 그는 "국가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GDP 대비 M2 비율을 놓고 유동성이 많다고 하는 것은 들어보지도 못한 이론"이라고 강조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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