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 재심신청 기간 10일 동안 의결 미뤄

韓 재심포기에도 제명 정국 장기화 의도

“시간 흐를수록 韓 선택지 점점 좁아져”

“시간과 룰의 족쇄 ‘한동훈 신당’으로 몰아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열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열릴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의결을 보류하고 ‘장기전’을 택했다. 장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에게 10일간의 재심 청구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6·3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한 전 대표의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차단하고 정치적 활동 반경을 제한하려는 ‘고사(枯死) 작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당장 법적 투쟁에 나서려던 한 전 대표의 구상은 꼬였고, 당 잔류와 독자 행보 사이의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졌다.

이날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재심 청구 기간인 10일간 최고위 의결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명 확정 시점은 재심 기한(23일) 직후인 26일로 미뤄졌다.

당초 한 전 대표 측은 제명 의결 즉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었다. 표면적으로 ‘박해 받는 정치지도자’라는 여론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장 대표가 당규 상 재심 기한을 강제로 지정하면서, 한 전 대표가 당장 법원으로 달려갈 명분이 약해졌다. 법원이 “당내 절차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여지를 줌으로써 한 전 대표의 법적 대응 타이밍을 뺏은 셈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원들과 회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의원들과 회견장을 빠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대표가 26일 제명 확정 직후 법적 대응에 나선다 해도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6월 지방선거 공천 국면이 임박한 상황에서 시간은 장 대표에게 유리하다. 한 전 대표가 23일까지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버틴다 해도, 26일 최고위에서 제명이 확정되면 곧바로 설 연휴(2월 중순)와 공천 시즌으로 돌입한다.

가처분을 신청해도 시간은 장 대표의 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2022년 ‘이준석 가처분 사태’의 타임라인을 한 전 대표에 대입하면 상황은 그에게 매우 치명적”이라며 “법적 공방이 ‘이준석 사태’처럼 두 달간 이어진다면, 최종 결론은 3월 말에나 나오는데,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다투는 사이 당내 공천은 마무리된다”고 전망했다.

제명 확정 시 향후 5년간 재입당이 불가능해지는 페널티도 부담이다. 결국 당 안에서 고립된 채 법원 결정만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이슈에 묻혀 존재감이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변수는 당내 여론이다.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중진 의원들과 지선 주자를 중심으로 ‘제명 철회’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법률 문제가 아닌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제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경태 의원 또한 “이 시점에 제명이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고, 권영진 의원은 “장 대표가 징계를 철회하고 한 전 대표가 사과하는 선에서 봉합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정상의 길, 공멸의 길”이라고 장동혁 지도부를 질타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겠다”면서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 대표에게 ‘재심 기간 부여’라는 명분과 기회를 줬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 앞서 범친한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소장파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를 만났다. 대안과 미래 소속 이성권 의원은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위를 조금이라도 낮춰서 봉합할 수 있는 식으로 고민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일단 신당 창당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정치적 상황은 한 전 대표를 신당 창당으로 몰아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되면 정치적 입지가 상실되고, 자신의 기반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정치적 미아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6·3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임박한 상황에서 친한계 원외 인사들을 규합하고 독자적인 정치 세력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창당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관측이다.

다만 한 전 대표와 함께 할 정치인이 얼마나 될지가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관건은 한 전 대표를 따라 ‘신당 열차’에 탑승할 현역 의원의 숫자”라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제명은 과하다고 한 전 대표 편을 들고 있지만 실제 탈당 규모는 ‘한 자릿수’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한계의 주축을 이루는 초선 의원 상당수가 비례대표여서 당 지도부가 이들을 출당(제명)시켜주지 않는 한 한 전 대표를 따라 나가는 순간 ‘금배지’를 떼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평했다.

김윤정 기자 kking15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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