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 특수 속 이통3사 쏠림 뚜렷

전파사용료·도매대가 부담에 경영환경도 악화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이동통신사 해킹 사태에 따른 잇따른 위약금 면제 시행으로 번호이동 시장이 크게 요동친 가운데 알뜰폰(MVNO)은 이 같은 이동 특수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 위약금 면제 이후에도 순증 규모가 제한되며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와 올해 각각 두 차례에 걸쳐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기간 동안 번호이동 시장 규모는 크게 확대됐지만, 알뜰폰 가입자 증가 규모는 다른 통신사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를 시행했던 지난해 7월 5일부터 14일까지 KT는 4만3682명의 가입자가 순증해 SK텔레콤 번호이동 순감 규모(10만229명)의 약 44%를 흡수했다.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3만6418명(36%)이 순증했다. 반면 알뜰폰 가입자 순증 규모는 2만129명에 그쳤다.

KT가 위약금 면제를 단행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3일까지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졌다. 이 기간 KT는 23만8129명이 순감한 반면, SK텔레콤은 16만5443명이 순증해 순감 규모의 약 69%를 가져갔다. LG유플러스는 5만5311명이 순증했고, 알뜰폰은 1만7375명 순증하는 데 머물렀다.

두 차례 위약금 면제 기간을 합산하면 알뜰폰의 순증 규모는 3만7504명으로, 번호이동이 활발했던 시장 상황과 비교해 증가 폭이 크지 않았다. 반면 이통 3사는 위약금 면제 기간 대규모 가입자 이동을 주고받았다.

알뜰폰은 단말기 교체를 전제로 한 보조금 경쟁이 아닌 약정이 끝난 가입자가 유심을 이동하거나 자급제 폰을 구매한 고객에게 통신서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때문에 위약금 면제 기간 이통 3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단말기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대폭 확대하면서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알뜰폰 업계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수는 그냥 늘어나는 게 아니라 결국 돈을 쓰는 쪽이 가져가게 된다"며 "알뜰폰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과도한 마케팅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시장에는 보조금이 대거 풀린 뒤였다"며 "이미 상황도 끝나버렸고 가입자도 많이 뺏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위약금 면제 국면에서는 이통 3사 모두 단말기 교체 없이 유심만 이동해도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부 판매점에서는 요금보다 많은 보조금을 얹어주는 사례까지 나타나면서 알뜰폰 업계의 가입자 유치가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는 이미 예전같지 않다. 연간 알뜰폰 번호이동 순증 규모는 2023년을 정점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순증 규모는 2023년 80만896명을 기록한 뒤, 2024년 37만7432명, 2025년 21만4560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2년 만에 순증 규모가 절반 이하로 축소된 셈이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길어지면 통신 시장의 경쟁 구조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알뜰폰은 과점 형태로 운영돼 온 국내 통신 시장에서 요금 인하와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혜선 기자 hsle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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