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악화 때문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었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같은 대외 요인에 더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 등 수급 요인이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15일 오전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상승과 관련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외에 주식투자 등 수급 요인도 상당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국 경제 비관론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인공지능(AI) 산업 능력 등 좋은 면도 많이 있다”며 “한국 경제가 폭망이고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얘기다. AI 산업에서 누가 위너가 되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1년 내 시계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상승의 배경에 대해서는 대외 요인과 국내 수급 요인을 함께 짚었다. 이 총재는 “올해 초 환율 상승 요인의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 즉 수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해외 투자 흐름을 지목했다. 그는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올해 1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은 지난해 10~11월과 유사하거나 큰 폭으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과거와 같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대외 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도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며 “외화 부채가 많아서 그걸 못 갚으면 기업이 무너지고 부도가 나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다만 환율 상승의 부작용도 분명히 짚었다. 그는 “어려운 쪽은 서민들이라든지 내수 기업”이라며 “환율로 물가가 오를 수 있고 수입하는 분들도 어려워질 수 있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 우리나라에는 달러가 풍부하다”며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기조와 관련해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은 환율이 아니라 물가를 기준으로 결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당부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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