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물가 압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권 집값 불안까지 겹치며, 금리를 인하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한은은 당분간 관망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동결의 가장 큰 배경으로는 불안한 환율 흐름이 꼽힌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77.5원을 기록하며 10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말 당국의 개입 이후 1440원대까지 내려왔던 환율은 새해 들어 다시 가파르게 오르며 1500원선을 위협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은 물가 부담으로도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3% 상승하며 넉 달 연속 2%대를 유지했다.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지만,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며 전체 물가를 자극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 불안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내리기 어려운 요인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주 대비 0.18% 상승하며 48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다만 한은은 경기 상황이 급격히 악화된 국면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 속에 수출과 증시가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의 시급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수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을 감안하면 추가 인하에 나설 명분은 크지 않다”며 “환율 상승 압력이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한국은행은 당분간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승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통위 결정에서는 환율이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외환시장 변동성과 높은 환율 레벨에 대한 한국은행의 경계가 통화정책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정책보다는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한 선별적 대응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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