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5단계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 안내 절차를 각 단계별로 강화하고 보조배터리 유실물은 보관하지 않고 즉시 폐기하는 원칙까지 적용한 것이 핵심이다.
보조배터리 반입을 전면 금지할 경우 과잉 규제인 만큼 관리와 통제를 촘촘히 강화한 것이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월1일부터 예약 단계부터 기내 탑승 이후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보조배터리 5단계 안전 관리 체계’를 내부 규정으로 운영 중이다. 보조배터리 화재 사고가 잇따르면서 보조배터리 유실물을 즉시 폐기하는 원칙까지 포함했다.
첫 단계인 ‘예약 단계’에서는 보조배터리 등 운송제한 물품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APP)을 통해 상시 공지한다. ‘수속 단계’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승객의 보조배터리 소지 여부와 배터리 용량을 확인해 기내 반입 여부를 안내한다. 100Wh 이하 보조배터리는 1인당 최대 5개까지 기내 휴대가 가능하다.
무인 비중이 커지는 흐름을 반영해 키오스크 절차도 손봤다. 키오스크 이용 시 필수 확인 절차에 ‘기내 반입 제한 물품 소지 여부’와 함께 ‘단락(합선) 방지 조치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를 추가했다. 단락 방지 조치는 보조배터리 단자 노출로 인해 금속과 접촉하거나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선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기내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탑승구 앞 단계’에서는 방송을 통한 ‘탑승 직전 재안내’와 ‘휴대수하물 확인’이 이뤄진다. ‘배터리 없음 태그’(No Battery Inside Tag)를 부착하는 절차로 배터리가 들어 있지 않은 휴대수하물만 기내 선반 보관이 가능하다는 기준을 명확히 인지하도록 했다. 선반 안에서 불이 나면 문을 여는 순간 산소가 유입돼 화재가 확대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승객이 직접 소지하도록 한 것이다.
‘기내 단계’에서는 안내 채널을 다층으로 구성했다. 예방 차원에서 보조배터리 단락 방지용 절연테이프를 탑재하고, 단락 방지 조치가 필요한 승객에게 이를 제공한다. 단자 노출을 최소화해 합선 가능성을 낮추는 조치다.
승객 안내도 ‘반복·다중 채널’ 형태로 설계됐다. 기내 전원을 이용한 보조배터리 충전이 불가하다는 점과 보관 위치 기준을 안내서(승객 브리핑 카드), 기내 모니터(Airshow) 안내, 항공기 출발 5분 전 방송, 승객 브리핑 영상(안전정보) 등을 통해 반복 고지한다.
대응 측면에서는 기내 선반에 온도감응형 스티커를 적용해 이상 온도 징후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리튬배터리 화재 진압 전용 장비인 격리보관백(Containment Bag)도 항공기당 2개 의무 탑재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부터 추가한 것은 ‘배터리 유실물’ 즉시 폐기다. 탑승 수속 창구, 직영 라운지, 기내에서 나온 보조배터리와 전자담배, 리튬배터리 일체형 무선 고열 전자기기 등을 발견할 경우 이를 분실물로 보관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통상 항공사 분실물은 일정 기간 보관하거나 중요 물품은 관계 기관에 인계하는 절차를 밟지만, 보조배터리 등은 보관 과정에서 단락·과열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절차를 생략한 것이다. 안전 리스크가 승객 재산 보호보다 우선한다는 판단을 공식화한 셈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조배터리의 기내 전면 금지가 아니라 안내 절차를 5단계로 재차 강화하는 것은 항공 안전이 위험의 관리와 통제의 문제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조배터리 반입을 전면 금지할 경우 화재는 0건이겠지만 국제법상 과잉 규제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국제 항공 안전 규제의 기본 원칙은 ‘전면 금지’가 아니라 ‘관리와 통제’”라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보조배터리를 위탁 수하물로는 금지하되 용량과 개수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기내 반입을 허용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 안전 규제는 위험의 크기와 발생 가능성, 그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함께 균형있게 판단하는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여론에 매몰돼 단편적인 판단을 하기보다는 과학적인 위험 평가와 국제 기준을 토대로 규제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한나 기자(park27@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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