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김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P 연합뉴스
작년 10월 김해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 이 조치가 전면 적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발효’를 강조했으나 구체적인 집행 방식이나 법적 절차가 제시되지 않았고, 미·중 관계의 민감한 균형을 감안할 때 선언 그대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 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13일 디트로이트 경제클럽 연설에서도 해당 조치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발언만 놓고 보면 이란과의 거래를 이유로 특정 국가 전체에 관세를 매기는 사실상의 2차 제재, 즉 ‘세컨더리 보이콧’을 관세 형태로 확대한 조치다.

하지만 발표 직후부터 실제 적용 가능성을 놓고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 ‘이란 거래국 25% 관세’의 구체적 시행 기준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과 소규모라도 거래가 있으면 모두 대상이 되는지, 아니면 이란의 주요 교역국에 한정되는지조차 불분명하다. 통상 미국의 관세 조치는 무역확장법이나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행정명령이나 포고문을 통해 집행되지만, 이번 사안은 구두 선언 외에 공식 문서가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장과 외교가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여 온 최대 거래 상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BBC에 따르면 이란 정부 통계 기준으로 2024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1년간 이란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으로, 수출액은 145억달러에 달했다. 이라크(105억달러), 아랍에미리트(UAE·75억달러), 터키(73억달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란의 주요 수출품은 석유류 제품이며, 피스타치오나 토마토 같은 일부 농산물도 주변국을 중심으로 거래된다. 다만 미국의 제재로 공식 원유 수출이 크게 위축되면서, 이란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음성 무역’에 더욱 의존해 왔다. 이란은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원유를 해외로 수출해 왔고, 원자재 시장 분석업체 케플러는 중국이 지난해 이란 원유 선적량의 80% 이상을 구매했다고 분석했다. 하루 평균 수입량은 138만 배럴에 이른다.

이 원유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물량으로 둔갑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공식 통계상으로는 2022년 7월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이 ‘0’으로 표시돼 있지만, 대형 국유 석유기업 대신 미국 제재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업체들이 거래에 나선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을 상대로 25%의 추가 관세를 실제 부과할 경우,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은 고율 관세 공방과 희토류 무기화 문제로 극단적인 긴장 국면까지 갔다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까스로 상황 관리 국면으로 돌아섰다. 특히 중국이 희토류를 전면적으로 ‘무기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이후 미국은 추가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미·중 무역 갈등을 재점화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에 25%의 새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매우 도발적인 조치가 될 수 있고, 중국은 이미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이란 거래국 관세’는 강경한 압박 신호에 가깝고,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조정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한국은 이미 이란과의 교역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태여서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과 이란 간 교역액은 1억6700만달러로 축소돼 이란은 한국의 100위 교역국으로 밀려났다. 2014년 87억4000만달러에 달하며 26위 교역국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감소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5% 관세 구상은 선언 자체의 파장은 크지만, 실제 적용 여부와 범위를 둘러싼 의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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