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미나이' 채택 발표
자체 개발 나서다 항복선언
구글 주가 폭등에 2위 탈환
칩·자율주행·쇼핑 '수직화'
애플이 결국 구글에 손을 벌렸다. '인공지능(AI) 지각생'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독자 노선을 고집하던 애플이 숙명의 라이벌 구글에 도움을 요청했다. AI 주도권 경쟁에서 구글이 사실상 '천하 평정'을 선언하며 AI 생태계 장악 시나리오를 완성해가고 있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아이폰의 심장인 음성 비서 '시리'(Siri)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의 핵심 엔진으로 채택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가 구글의 AI 생태계 속으로 편입됨을 의미한다.
시장은 이번 결정을 애플의 '항복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이 지연되자 챗GPT, xAI, 클로드 등 여러 선택지 중 결국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제미나이의 구글 손을 잡은 것이다. 이 소식에 미국 뉴욕 증시에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는 폭등했다. 결국 애플을 밀어내고 엔비디아에 이어 시가총액 2위 자리를 탈환했다.
구글의 독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자체 설계한 AI 가속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기반으로 최적화한 '제미나이 3.0'을 출시하며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렸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칩)까지 장악한 구글의 저력에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조차 "이제 오픈AI는 구글 제미나이를 쫓아가는 입장"이라며 제미나이 성능을 평가한 바 있다.
구글의 확장세는 모바일과 PC 화면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구글은 이달 초 열린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 및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포괄적 동맹을 발표했다.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압도적 데이터와 현대차의 하드웨어를 결합해 도로 위의 주도권 선점에 나섰다. 현대차와의 협력은 구글이 자율주행차에 머물지 않고 제조 분야 '피지컬 AI'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유통 공룡 월마트와의 'AI 쇼핑 연합체' 구축은 아마존의 심장부까지 겨누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11일 월마트 차기 CEO를 만난 자리서 "제미나이 앱에서 월마트 상품 검색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유니버설 커머스 프로토콜'(UCP)을 통해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검색과 광고 데이터를 넘어 실물경제의 구매 데이터까지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이제 구글은 AI모델(제미나이), 플랫폼(검색·안드로이드), 하드웨어(TPU칩), 자율주행(웨이모), 온·오프라인 쇼핑까지 아우르는 'AI 수직 계열화'를 달성했다. 업계는 구글이 개방형 생태계를 표방하며 파트너들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실상은 데이터와 수익이 구글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구조라고 경계하고 있다.
윤세영 카이스트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애플이 AI 서비스에서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사이, 구글이 압도적인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전 산업군을 제미나이 체제로 편입시키고 있다"며 "이제 구글은 단순한 검색 엔진을 넘어 인간의 모든 경제활동을 제어하는 '전 지구적 AI 운영체제(OS)'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애플마저 무릎을 꿇린 구글의 확장세 앞에 대항마가 보이지 않는다. 데이터와 칩, 플랫폼과 서비스를 모두 거머쥔 구글의 'AI 제국'이 서서히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규화·임성원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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