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 따르지 않거나 소비자 피해 구제 안 되면 처분 가능” 압박

“김범석 일가 경영 참여 면밀히 살펴볼 것”… 동일인 지정 검토

영업정지 땐 회원이탈 등 입점업체 피해… 외교문제 비화 가능도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을 상대로 ‘영업정지’를 검토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소비자 피해 방지 등 사업자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영업정지란 강수를 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더해 공정위는 배달 앱 쿠팡이츠 끼워팔기 의혹과 관련, 시장지배적사업자 조사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것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쿠팡이 뉴욕 증시 상장사란 점에서 영업정지 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해지고 대주주들이 쿠팡을 상대로 법적 책임과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 등의 강력한 조치를 가할 수 있다. 또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탈팡 규모가 커질 경우 회사 실적에도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이 쿠팡을 자국 기업에 대한 부당 규제로 여겨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은 정부로서 부담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1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쿠팡이) 명령을 시행하지 않거나 그 명령을 통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위원회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정보 유출로 예상되는 소비자 피해, 피해 구제 방법 등을 판단, 쿠팡에 시정명령이 부과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현재 쿠팡에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영업정지 요건을 갖췄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피해 방지 등 사업자 의무가 규정돼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할 수 있다. 이때 시정조치만으로 소비자 피해 구제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영업정지란 최고 수위의 제제도 가능하다.

공정위는 또 쿠팡이츠의 끼워팔기 의혹을 사고 있는 쿠팡이 시장지배적사업자에 해당하는지도 심사 중이다. 만약 시장지배적사업자로서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되면 불공정거래행위로 관련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김범석 쿠팡 의장이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 여부도 검토 중이다.

조사 결과, 김 의장 본인이나 동생 등 친족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공정위는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게 된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쿠팡은 사익편취 규제 등 각종 공정법 관련 규율을 받게 된다.

공정위는 또 와우 멤버십 회원에게 적용하는 할인 혜택을 속여 광고한 혐의, 배달앱 입점업체에 최혜 사업자 대우 강요 혐의 등도 심의·조사 중이다.

공정위가 쿠팡을 상대로 전면 조사에 나선 것은 쿠팡이 그동안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을 이용, 부당행위를 지속해 온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유출 후에도 김 의장이 청문회에 불참하는 등 한국 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를 두고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들을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쿠팡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쿠팡이 영업정지에 법적·행정적 수단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가처분소송 등이 진행되면 판결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서다.

‘로켓배송’이 중단되면 쿠팡 의존도가 컸던 소비자들의 불편도 뒤따를 수 있다. 쿠팡 입점업체 등 수만 명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생존권 문제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쿠팡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가 결정될 경우 한미 통상·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한국 국회의 대응을 두고 “미국 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 비판했다. 국내 입법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 등도 미국 기업을 겨냥한 규제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를 의식한 듯 미국을 방문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태 관련 “통상이나 외교 이슈와 구분해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 본부장은 “(한국 정부가) 미국의 특정 기업(쿠팡)을 타깃하거나 차별적으로 대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쿠팡 영업정지를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정보 유출 후 어설픈 보상안을 내놓는 쿠팡 같은 재발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분 영업정지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현 단계에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선 시정명령 수준이 최선의 조치일 가능성이 크고, 향후 쿠팡의 대응 방식에 따라 추가 제재도 구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쿠팡 관계자는 “시장지배적사업자 지정이나 영업정지 모두 아직 정부가 검토 중인 단계에서 회사가 입장을 밝히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원승일 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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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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