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사업 민간업자들의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가압류한 해당 계좌들이 사실상 ‘깡통 계좌’였다고 12일 밝혔다. 추정되는 범죄 수익은 4449억원인데, 가압류 계좌 잔액을 확인해보니 4억7000만원 수준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범죄 수익은 이미 빠져나갔고, 국가의 추징은 종이 위 절차로 끝났다는 뜻이다. 성남시는 검찰이 이런 사실을 4년 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성남시에 대장동 일당 자산의 자금 흐름 내역을 공유하지 않고 부실한 자료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제기돼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대장동 일당들의 범죄 수익이 반출되는 동안 검찰은 무엇을 했는가.
범죄수익 환수는 타이밍의 싸움이다. 돈은 한 번 빠져나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추징 보전의 핵심은 ‘선제성’인데, 검찰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계좌 잔액, 변동 경로, 동결 유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관계기관과 즉각 공유하는 체계가 작동했어야 했다. 이를 알고도 손을 놓았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미뤘다면 직무 유기다. 어느 쪽이든 국민이 용납하기 어렵다. 범죄자들은 돈을 지켜냈고, 집행은 한발 늦었다. 범죄자가 이익을 지키는 한, 법 집행의 억지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법 집행의 목적이 응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불법으로 취득한 이익을 끝까지 박탈하는 것이야말로 범죄의 동력을 끊는 핵심이다.
불법으로 취한 이익을 끝까지 박탈하지 못하는 사법은 정의를 완성하지 못한다. 사법이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범죄 수익은 순식간에 분산되고 은닉되며, 환수의 문은 닫힌다. 따라사 검찰은 이번 사안에서 무엇을 알고 있었고, 어떤 판단을 했으며, 왜 실질적 환수에 실패했는지를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이는 공권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책무다. 아울러 범죄수익 환수를 형사 절차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 목표로 재정립해야 한다. 명확한 환수 체계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같은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법 이익을 남김없이 회수하는 사법만이 범죄의 셈법을 깨뜨리고, 법의 권위를 되살릴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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