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흠 前 국회입법조사처장
이재명 대통령이 우리의 5년 단임제가 외교 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비칠 수도 있다고 했다. 연초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의 정권 변동과 외교의 지속성에 관심을 가졌는데, 그런 의구심에 일리가 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나 같은 답변에서 이 대통령 스스로 밝혔듯이, 외교 관계의 급변이 정권 교체에 따른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 정권 교체가 일상적인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서 트럼프의 독특한 외교 정책이 두드러지고 있을 뿐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핵심은 5년 단임제가 아니라, 극단의 흑백 정치에 있다.
정권 교체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이다. 외교 연속성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으로는 별로 보지 않는다. “미국도 대외정책 분야는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큰 변화가 없다. 그리고 외교, 안보 분야에 관한 한 큰 차이가 없다, 어느 당이 집권하든. 그런데 최근에는 엄청나게 다르다고 해요.” 이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미국의 대외 정책이 대통령 개인이나 소속 정당 성향에 따라 ‘자국 우선주의’와 ‘국제주의’의 스펙트럼에서 오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패권전략을 도모해오고 있다. 그런데 기존의 국제협약들을 자의적으로 탈퇴하고 일방적 패권을 행사하는 트럼프 체제가 특이하게 등장한 것이다.
정권 교체 자체보다는 왜 그런 극단주의가 등장했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이어져오는 과정에서 그렇게 진폭이 크지 않았다는 이 대통령의 시각에 공감한다. 물론 국내외 정책에서 포용 정책을 견지했던 김대중 정부가 좀 구분되기는 하지만, 기존의 안보나 동맹에 균형을 유지하는 포용 노선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진폭이 커졌다고 이 대통령은 말한다. 미국의 트럼프 등장 배경과 마찬가지로 최근 한국 정치가 이렇게 극단화되고 있는가에 문제의식을 던져야 한다.
이 대통령은 5년 단임의 한계에 주목하는 듯했다. “일본도 사실은 일당이 계속 집권을 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우리만 단임제의 한계를 안고 있다고 했다. 시황제 소리까지 듣는 시진핑 체제를 생각하면 한·중·일에서 한국만 그렇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도 1당의 장기집권 체제가 되길 기대하는 건 아닐 것이다.
정권 교체 가능성은 국정 불안 요인이 아니라, 보편적인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외교 정책 또한 단지 지속성이 아니라 보편적 민심을 얼마나 잘 담아 국가 이익을 구현하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권 교체는 정파적 국정 운영을 심판하고 오히려 보편적 국정 운영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칫 황제의 부재가 대외 정책의 불안 요인인 것으로 오해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알다시피 역대 대통령의 임기 연장을 통한 장기 집권의 배경에도 늘 그런 자의적 독선 의식이 있었다. ‘건국의 아버지’를 내세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중임 제한을 철폐하는 ‘사사오입 개헌’을 했고, 경제 개발을 위한 박정희 리더십의 지속을 위해 ‘3선 개헌’을 했으며, 평화 통일의 시대를 내걸고 ‘유신 헌법’ 체제를 만들지 않았는가.
대통령 주변에서 5년은 너무 짧다는 소리를 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전 김민석 총리는 광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5년은 너무 짧다. 더 했으면 좋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을 칭찬하는 의도에서 나온 말이었겠지만, 대통령 임기는 개헌으로도 헌법 개정 당시의 대통령에게는 바꿔 적용할 수 없는 헌법 조항이다.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에서는 조원철 법제처장이 마치 ‘국민 결단’에 따라 그 임기 조항도 넘어설 수 있다는 듯이 답해 논란을 불렀다. 기존의 헌법을 넘어서는 개헌이 돼버린다면, 그것은 혁명이나 쿠데타 세력의 새로운 제헌이 된다.
대통령의 임기제나 정권 교체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동력임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국정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국가 기구의 중립적 제도화가 아직도 너무 취약하다는 고백에 다름 아니다.
국정이 정파적 진영 정치에 휘둘린다면, 정권이 지속돼도 정권이 교체돼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스스로 확인하고 있다시피 외교 정책이든 국내 정책이든 극단을 오가는 이유는, 정권 교체 때문이 아니라 극단의 흑백 정치에 있다.
5년 단임과 임기 조항에 대한 고민이 아니라, 극단의 진영 정치에 대한 성찰과 해법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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