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구갑)

지난해 여름, 캄보디아 보코산 인근 차량 안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월 1000만원 이상 고소득 보장’이라는 취업 사기에 속아 타국으로 향했던 청년은 끝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사기 범죄가 더 이상 재산 피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비극적 사건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취업, 연애, 납품, 투자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을 파고든 다중피해사기 범죄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 통신·금융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기범죄는 나날이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 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을 넘어, 사적 신뢰관계를 악용해 금품을 갈취하는 로맨스스캠(연애빙자사기), 허위 대량주문으로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노쇼(납품 사기), 가짜 정보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불법 투자리딩방 등 신종 사기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는 신종 사기범죄로 인한 국민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약 2만2000건, 피해액은 1조1000억원이 넘는다. 같은 기간 신종 사기범죄 역시 약 1만8000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9000억원에 달했다. 노쇼, 투자리딩 등 신종 사기범죄의 피해규모가 이미 보이스피싱에 버금가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지금처럼 계속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그 피해 규모가 보이스피싱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범죄의 진화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법 체계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한해서만 피해 구제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로맨스스캠, 노쇼 등 다른 유형의 신종 사기범죄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전화와 문자 외에도 SNS, 커뮤니티 등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사기범죄에 악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법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본 의원은 지난해 12월에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전기통신 이용 다중피해사기 방지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은 이재명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작년 9월에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보이스피싱 TF에서 활동하면서 다중피해사기 방지대책을 논의해왔고, 경찰청과의 협의를 거쳐 법안을 마련했다.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의 핵심은 각종 통신·금융 수단을 악용한 사기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피해 확산을 신속히 막는데 있다. 우선, 다중피해사기와 다중피해사기 위험행위의 개념을 명확히 정의해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이라도, 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허위 광고나 불법 유인 행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범행 수단에 대한 대응력도 대폭 강화했다. 전화번호 이용중지는 물론 SNS 등 온라인 플랫폼상의 접근 차단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특히, 범행에 이용된 계좌와 가상자산주소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이 즉각 입·출금 차단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범죄자들이 범죄수익을 재빨리 빼돌리거나 세탁하면, 검거되더라도 피해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경찰청 내에 다중피해사기 예방을 총괄하는 전담부서를 설치하도록 했다. 신고·제보 접수부터 금융기관을 비롯한 국내외 관계기관의 협조까지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는 범죄발생 이후 처벌 못지않게, 피해 확산을 막고 실질적인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했던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사기범죄는 나날이 진화하는데 법과 제도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면 국민을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 새로운 범행 수법이 등장할 때마다 뒤늦게 법을 고치는 뒷북 대응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다중피해사기 방지법’이 필요한 이유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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