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이 한국을 포함한 중국·대만·태국산 폴리염화비닐(PVC)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다시 한번 연장했다.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속에서 범용 제품의 통상 리스크는 이제 상수로 굳어졌다.
11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파키스탄 국가관세위원회는 최근 한국을 포함한 중국, 대만, 태국산 PVC 수지를 대상으로 이미 부과 중인 반덤핑 관세를 계속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은 지난해 6월 8일부터 적용해 2028년 6월 8일까지 3년간이다.
한국의 관세율을 보면 LG화학은 4%로 비교적 낮은 관세가 적용된 반면 다른 모든 한국 업체들에는 14.97%의 높은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태국과 대만은 기업별 차등 없이 각각 13.98%와 16.68%의 단일 반덤핑 관세율이 적용된다.
공급 과잉의 주범인 중국은 PVC 반덤핑 관세에서 기업별 차등 폭이 가장 큰 국가였다. 신장톈예 외국무역유한공사(3.44%), 내몽골 우하이 화학공업 유한회사(6.65%), 톈진 다구 화학 유한회사(14.34%) 등 극소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국 수출업체에는 20.47%의 최고 관세율이 적용됐다.
LG 계열의 중국 법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톈진 LG 보하이 화학에는 20.47%의 최고 수준 반덤핑 관세가 부과됐다. 한국에 위치한 LG화학이 4%의 저율 관세를 적용받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파키스탄 당국이 브랜드보다 실제 소재한 국가를 기준으로 관세를 산정했음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국가관세위원회 측은 "반덤핑 관세가 종료될 경우 파키스탄 국내 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 가능성이 모두 인정된다"며 "덤핑 수입 물량의 증가와 저가 침투, 가격 하락 등 따라 심사대상 물품에 대한 확정 반덤핑 관세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최초 반덤핑 조사에서 모든 수출국 PVC 수지에 대해 2017년 6월 13일부터 5년간 3.44%~20.47%의 확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일몰재심 종료에 따라 2022년 6월 8일까지 3년간 관세를 추가로 연장해 종료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2일 파키스탄 생산업체인 엔그로 폴리머 앤드 케미컬스(Engro Polymer and Chemicals)가 자국 보호를 위해 일몰재심 신청서를 제출했다. 일몰재심 결과에 따라 해당 세 번째 적용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PVC와 같이 구조적인 공급 과잉 산업에서는 반덤핑 관세가 일회성 조치가 아닌 상시적 보호 장치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범용 수지 시장이 글로벌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격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국내 PVC 생산은 한화솔루션과 LG화학이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생산능력 기준으로 한화솔루션은 연 81만톤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하며 1위이고, LG화학은 69만톤(46%)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의 합산 생산능력은 총 150만톤에 달한다.
양강 구조 속에서 중국발 글로벌 공급 과잉과 주요국의 반덤핑 규제가 맞물리며 PVC의 수출 환경과 가격 경쟁 압박은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PVC 동북아 시장 기준 가격은 2022년 톤당 1068달러에서 2023년 824달러, 2024년 772달러로 하락세를 이어갔고, 지난해 3월에는 709달러까지 떨어졌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파키스탄과 인도는 전통적으로 보호무역 성향이 강한 국가로 꼽힌다"며 "굳이 두 나라가 아니더라도 세계 시장에서 수입 범용 석화제품에 대한 반덤핑 등이 늘고 있는 만큼, 이제 수출구조를 고부가가치 위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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