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자 팔레비. EPA 연합뉴스
레자 팔레비. EPA 연합뉴스

이란에서 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로 신정일치 체제가 흔들리는 와중에 거리의 시위대 일부가 ‘왕의 귀환’을 외치고 있습니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진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사진)가 반정부 시위의 구심점으로 급속히 부상하면서 그가 향후 이란 정국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란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에서 많은 이들이 레자 팔레비를 지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2022∼2023년 이어진 ‘히잡 반대 시위’를 비롯해 여러 차례 거센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적이 있었지만 수십년 전 무너진 왕조 복귀 요구를 전면에 내건 구호가 등장한 적은 드물었기에 최근 시위에서 나타난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오랫동안 미국에 머물러 온 레자 팔레비는 1940년대부터 이란을 통치한 모하메드 레자 팔레비 전 국왕의 아들로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왕세자였습니다. 팔레비 왕조가 무너진 이슬람 혁명이 벌어졌을 당시 레자 팔레비는 미국에서 전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있었습니다.

1980년 망명지인 이집트에서 부친이 사망한 후 레자 팔레비는 스스로를 새 이란 국왕이라고 선언했지요. 하지만 그는 이후 수십년간 이란 신정체제 반대 세력을 자기 중심으로 결집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란 내부에서도 축출된 팔레비 왕조는 오랫동안 그리움과 향수보다는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레자 팔레비가 이란 반정부 시위대의 구심점으로 부상한 현 상황은 이란인들의 생각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만 레자 팔레비 부상은 현 신정일치 체제에 대한 염증이 낳은 반작용일 가능성이 커서 많은 이란 국민이 실제로 옛 왕조의 부활을 바라는 것으로까지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NYT는 “레자 팔레비의 평판이 좋아진 것은 이란 국민들이 진정으로 이란이 옛 군주제로 복귀하는 것을 바라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슬람 공화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왕정 복고에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레자 팔레비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란인들의 시위 참여를 공개적으로 독려하면서 향후 이란의 국왕이 될 생각은 없지만 이란이 세속적 민주주의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중요한 정치적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레자 팔레비의 이란 내 정치적 영향력에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분열을 일으키는 인물이지, 통합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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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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