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낙하산'일까.
사장 공석에, 대행인 부사장마저 사임해 대행의 대행인 '대대행' 체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차기 사장 선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공사 출범 이후 '직접 시행'이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데다, 불안한 집값을 잡기 위한 주택 공급 확대와 조직 개혁이란 커다란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적임자가 보이지 않아 공사가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해 말 LH 출신의 인사로 사장 추천이 이뤄졌지만 청와대 문턱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LH 사장 직무대행이던 이상욱 부사장에게 "외부에 훌륭한 사람이 없어 내부 사람 중에서 사장을 뽑기로 했느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LH 내부 출신 인사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는 메시지로 읽히면서 조직 외부, 그 중에서도 청와대가 낙점한 인사 중심의 인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문제는 누가 오느냐다. 이재명 정부는 주택공급의 핵심 축을 민간이 아닌 공공 주도로 삼은 터라 주택공급을 도맡을 LH의 역할이 전과 달리 커진 상황. 자칫 비전문가가 수장을 맡을 경우 공사에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직접 시행 방식의 공급 대책은 기존 택지개발 방식이 아닌 LH로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책 실행 과정에서 차질이라도 빚어질 경우, LH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나온다.
사장 임명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느냐도 관건이다. 신임 사장 임명 전까지 대대행을 맡게 되는 조경숙 LH 주거복지본부장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어서다.
LH 내부에서는 현 정부의 주택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민 신뢰도 회복하려면, 단순한 관리형 인사가 아니라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공공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정책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정무적 감각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LH가 직접 시행 방식의 주택 공급에 나서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대한 조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여유 인력을 직접 시행과 사업 관리 부문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동력 역시 확고한 리더십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내부 중론이다.
LH 한 관계자는 "산적한 과제는 많은데 벌써 수개월째 조직을 이끌 리더가 부재라 올해 경영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며 "비전문 '낙하산' 체제에선 공사가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직 위상이 흔들리면서 임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꺾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문성과 리더십과 무관한 '낙하산' 수장이 임명될 경우 내부 반발과 불만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오히려 공사의 역할을 발목잡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