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불안,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반복돼”

“온플법은 처벌이 아니라 최소한의 규칙”

“‘쉬었음 청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의 경고음”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 제공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 전 위원장 측 제공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요즘 매주 수요일 글을 쓴다. 정치 현안에서의 거창한 구호 대신, 자신의 일상과 경험에서 출발하는 글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라는 말처럼, 지금의 박 전 위원장은 수사적 구호보다 삶의 언어에 더 가까운 정치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글쓰기에는 그가 최근 겪은 변화가 고스란히 담기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대학원 5학기를 마쳤고, 이사를 했으며,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공부하는 시간을 보냈다. 박 전 위원장은 1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보다, 무엇을 더 배워야 하는지 돌아보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이 가장 주목하는 문제는 청년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립이다. 그는 “청년 문제를 단순히 취업이나 일자리 숫자의 문제로만 다루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살 수 없고, 아파도 쉴 수 없고,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감각이 청년들을 짓누르고 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확산 속에서 기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규직·비정규직·플랫폼 노동 여부에 따라 삶의 질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주거·의료·교육 같은 기본 영역에서의 안정이 보장돼야 선택의 자유도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쿠팡 새벽배송 노동 문제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특히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단순 사고가 아닌 기업의 책임 회피와 보안 불감증이 만든 결과”라고 규정했다. 박 전 위원장은 “편리함의 이면에는 과로와 산업재해, 심지어 죽음이 있다. 지난해에만 새벽배송 노동자 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구조를 외면한 채 만족도만 이야기하는 건 정직하지 않다”고 했다.

직접 플랫폼 노동 현장을 경험한 그는 “보호 장치가 없을 때 노동자는 너무 쉽게 소모품이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밤 11시 59분에 주문하고 아침에 물건을 받는 시스템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업이 설계한 구조다. 그렇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새벽배송을 ‘국민 필수 서비스’로 규정하는 담론에도 선을 그었다. “필수인 것은 배송이 아니라 노동자의 휴식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라는 것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온플법은 기업 성장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플랫폼은 이미 시장의 규칙을 좌우하는 위치에 있다. 그에 상응하는 공공적 책임을 묻는 것이 왜 혁신 저해가 되는지 되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미국 등에서 제기되는 규제 우려에 대해서도 “공정성과 책임에 대한 논의를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회피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플랫폼 경제의 부작용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다”며 “중소상공인과 노동자가 일방적 규칙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급증한 이른바 ‘쉬었음 청년’ 현상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번아웃과 좌절이 누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그냥 쉰다’는 통계 뒤에는 반복된 실패와 탈진이 있다”며 “많은 청년이 쉬고 싶어서 쉬는 게 아니라, 다시 도전할 힘을 잃은 상태다. 이를 개인 선택으로 환원하는 순간, 사회는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해소와 함께 정신건강, 주거, 회복 지원을 포함한 사회적 안전망 복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불안을 부정하거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정확히 보고 줄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연대와 돌봄, 안전망 확대는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불안을 완충하는 구체적 장치”라고 했다. 그리고 그 언어는 “사람들의 일상 속 언어로 설명될 때 비로소 설득력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웃으며 현실적인 목표를 내놨다. “올 상반기 토플 100점이 목표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2026년을 보내고 싶다”고 전했다.

정치의 전면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박 전 위원장은 여전히 정치의 한복판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그 시선은 더 낮고, 더 느리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우리의 편리함은 과연 정당한가”라는 물음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준다.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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