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급물살 탄 대전충남·광주전남 통합
여야 출발점 달라도… 李대통령 직접 견인
6·3 地選앞 특별법 통과·통합선거 관건
지방자치 이래 통합결실은 창원·청주 2건
제주특별道 4행정시, 군위 대구편입 눈길
95년 도농통합 개편부터 긍정효과 선례
지역소멸 방지·자치권강화·비용절감 기대
입법과 주민 설득·정당성확보 과제 남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행정통합'이 화두에 올랐다.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광역단체 간 최초의 행정통합이 무르익고 있다. 정치권의 여야 어느 한쪽만의 주장에 그치지 않은 데다 경쟁 열기도 뜨겁다. 일명 5극(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3특(제주·강원·전북 특별자치도) 국토 균형발전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키를 잡으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경기로 전국의 인구·산업·일자리가 쏠리는 수도권 1극 체제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올 7월에는 사실상 첫 '메가시티' 시대가 열릴 수 있어 관심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대전충남 받고 광주전남도 간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5일 천안에서 개최한 충남권 타운홀 미팅에서 "충남과 대전을 모범적으로 통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며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다. 지방도 쪼개져선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전·충남 통합은 현재의 야당이 먼저 깃발을 들었는데 대통령이 호응한 셈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과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지난 2024년 11월 "대전과 충남이 새로운 경제과학 수도로 거듭나야 한다"며 행정통합 추진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8일 대전·충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갖고 "수도권 과밀화 해법과 균형성장을 위해 대전과 충남의 통합이 물꼬를 틀 수 있다"며 '지방선거 때 대전·충남 통합 자치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행정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달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그 이튿날 민주당 지도부는 약칭 '충청특위'를 구성했고, 대전·충남 통합 특별법을 마련해 3월까지 국회를 통과시키겠단 시간표를 제시했다. 야권에서도 지난해 10월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의 성일종 의원을 대표자로 총 45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터였다.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는 이 대통령의 통합 제안을 환영하며 '360만 초광역 클러스터 형성'에 기대감을 높였다. 이들은 "인사·재정·조직에 실질적 권한을 갖춘 새로운 지방정부 구현"에 역점을 두고 있다. 두 단체장은 지난해 12월 24일 회동하고 이 대통령의 5극 3특 구상과 대전충남 통합이 일맥상통한다고 반긴 한편 여당과의 입법 기싸움도 벌였다. 이 시장은 "재정·조직·권한 이양 등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에 관한 모든 사항을 이미 특별법안에 포함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여당 차원에서 한두달 만에 법안을 재발의하겠단 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졸속 추진이 아니냐"고 했다.
여권에서도 행정통합론 동력을 살리고 있다. 대전 동구의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대전충남통합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충남 아산을 지역구 의원이었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경쟁하자고 제안했다.
호남에서도 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 2일 행정 대통합을 선언하고 5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기획단'을 출범시켰다. 이 대통령도 2일 SNS에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까지, 쉽지 않아 보였던 광역단체 통합이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9일 민주당 광주·전남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가지며 '판'을 키우는 수순이다.
강 비서실장은 5일 CBS라디오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을 뽑는 게 가능한가'란 질문에 "크게 3단계로 법이 통과돼야 하고, 양 단체장의 통합선언이 있어야 하고, 양 지역의 주민투표나 의회의 통합(합의)이 있어야 하는데 대전충남이 이 두 가지를 미리 해놓은 상태였다"며 "(최근엔) 광주전남이 더 치고 나오는 모양이다. 2일 광주전남 광역단체장이 통합 추진 선언을 하셨고 의회 절차까지 오고 있다. 대통령이 (중국방문에서) 돌아오셔서 광주전남 의원들과 오찬을 하고 나면 큰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법 통과를 거치면 2개 메가시티 단체장 선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역대 행정통합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이후, 광역단체 간 통합 사례는 아직 없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은 2009년부터 통합론이 나왔지만 지지부진하다. 2018년 민주당이 민선 7기 부울경 단체장을 모두 차지해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 추진을 시도했지만 2022년 국민의힘이 8기 단체장을 탈환했다. 이후 3단체 특별연합은 경남과 울산이 거부했다. 대신 부산과 경남이 2024년 11월부터 행정통합 공론화위를 출범시켰고, 지난해 12월말부터 시·도민 4000명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특별법까지 속도전을 원하는 목소리와 신중론이 교차하면서 즉시 통합은 불투명하다.
기초단체 통합의 경우 경남 창원·마산·진해시를 합친 통합 창원시(2010년 7월 1일 출범),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 도농복합을 이룬 통합 청주시(2014년 7월 1일 출범) 2개 사례가 있다. '편입'으로 범주를 넓히면 1995년 행정구역 개편 때 달성군은 대구광역시, 강화·옹진군은 인천광역시에 편입됐다. 경북 군위군이 지자체 합의를 거쳐 2022년 7월 대구에 편입됐다.
이외에도 1998년 전남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을 합한 통합 여수시가 출범했다. 2006년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될 때 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 4개 기초단체를 폐지하고 자치권없는 행정시로 재편됐다.
민선 1기 전국동시지방선거(1995년 6월 27일)를 치르기 전 도농통합 행정구역 개편이 대대적으로 단행된 바 있다. 도시(동)와 농촌(읍·면)이 하나의 행정구역에 공존하도록 설계하고, 생활권을 통합한 도농복합시로 대거 전환한 것이다. 1994년 8월 경기 남양주시 등 33개 도농복합시 설치법, 같은 해 12월 전남 광양시 등 2개 도농복합시 설치법, 1995년 5월 경기 평택시 등 5개 도농복합시 설치법이 제정됐다. 1~3차에 걸쳐 41개 시와 39개 군이 통합돼 40개의 도농복합시가 탄생했다.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로도 옛 여주군이 2013년 9월23일 1읍·3동·8면의 도농복합시로 전환·승격됐다.
◇행정통합 비용절감 기대… 끝난 판은 아니다?
행정통합이 지방소멸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지만, 주된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저출생과 청년유출로 재정·행정 기능 유지가 힘들어진 '과소 지자체'를 그대로 두면 공공서비스가 축소되고, 군소도시의 인구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비수도권 자치단체를 통합하거나 메가시티·리전(region)으로 묶으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하고 교육·의료 등 고급 인프라를 집중 유치할 수 있단 이점이 거론된다. 특히 중복행정·시설을 줄이고, 재정 투자를 일자리·교통·산업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인구유출을 늦추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한국생활자치연구원 연구위원과 의정부시 행정혁신위원을 지낸 김승렬 교수는 2011년 논문에서 1995년 출범 도농통합시 39곳과 통합되지 않은 23개 일반시를 비교해 "행정구역 통합의 결과 조직(공무원 인원 등) 구조조정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행정비용'(주민 1인당 인건비·물건비) 절감효과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분석한 바 있다. 또 "인구규모가 작을수록 인건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인구규모가 작은 지자체일수록 행정통합 긍정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상위직 퇴직공무원의 충원 수요도 통합시에서 다소 늦춰졌단 분석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행정통합은 현상이 변화하는 건 없고 행정기능만 통합하는 것"이라며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특별시가 다른 일반 광역시나 특례시보다 행정적 측면의 자치단체로서 독립성이 훨씬 크다. 중앙정부로부터 행·재정성 독립성과 특혜를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의 관점'에선 "대전시민 같은 경우 '우리 세금 받아서 다른 쪽에 쓰는 게 아니냐, 우리에게 뭐가 이익이 되느냐'는 의구심이 있고 지역 주민들은 의견이 상당히 갈릴 수 있다"고 평했다. 기초단체보다 광역단체 간 통합이 용이할지에 대해서는 "해봐야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복수의 광역단체장 1석 통합으로 선거비용을 절감하는 효과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봤다. 행정효율성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광역에 특별시를 해본 적이 없다"면서도 "광역 소방·자치경찰 측면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건 틀림없다"고 했다. 그는 "광역 행정통합이 되면 그 안에서의 기초자치단체 통합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지금 땅은 넓은데 인구 3만명도 안 되는 곳도, 재정자립도가 10%에 못 미치는 곳도 너무 많다. 자치단체 기능 상실 측면에선 통합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대전·충남과 광주·전남 통합 이슈는 실제 특별법 입법 시기와 통합될 단체의 명칭, 법적 강제력은 없지만 주민투표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할지 등의 쟁점이 남아있단 평가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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