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전쟁이 2022년 2월 시작됐으니 4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전쟁이 길어지는 이유는 전선 교착 문제도 있지만, 전쟁 당사국과 개입국들이 각기 다른 목표와 시간표를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0일(현지시간) 전쟁 종전을 중재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8개 항목의 종전안 초안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 초안은 우크라이나군 축소와 영토 양보를 요구하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줄곧 요구해온 실질적 안보 보장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에 그쳤다. 침공을 당한 국가보다 침략자인 러시아의 요구에 더 가까운 안이었다는 비난이 나왔다.

이후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이어가며 초안을 19개 항목으로 수정했지만, 러시아는 개정안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해결할 과제가 산적한 실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협상 타결에 95% 접근했다”고 언급하는 등 평화 중재 성공에 낙관했다. 그러나 이튿날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의 푸틴 관저 드론 공격’ 주장을 내놓으면서 상황은 또 악화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는 첫 번째 이유가 드러난다. 미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어떤 조건으로 끝낼 것인가’를 중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전쟁의 조기 종식을 공언하고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원한다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장기전을 감내하겠다는 각오다. 시간은 러시아 편이라고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쟁 종식을 둘러싼 두 번째 쟁점은 ‘평화의 방식’이다. 전쟁을 끝내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갈등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추가 희생을 막기 위해 타협하는 휴전이다. 문제는 두 선택이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려면 더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희생을 줄이기 위해 타협하면 미래의 위험을 제거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이 반복해서 언급하는 ‘갈등의 근본 원인 제거’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을 부정하는 개념에 가깝다. 러시아가 말하는 ‘근본 원인’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지향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가까워지고 독자적인 국가로 행동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러시아가 말하는 ‘근본 원인’이 제거된다는 것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속국화’를 의미한다. 러시아는 이를 이루기 위해 당장의 희생도 감수할 태세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새해를 맞이하며 전쟁 승리를 자신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우리의 영웅들, 즉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을 말과 행동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 전역의 수백만 국민이 새해 전야에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그들이 여러분의 승리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병사와 지휘관에게 새해를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우리는 여러분과 우리의 승리를 믿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별군사작전’이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 대신 사용하는 말이다. 푸틴 대통령은 2025년 신년사 때는 ‘우크라이나’는 물론 ‘특별군사작전’을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외교는 ‘현재의 희생을 멈추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겠다는 명분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휴전이 러시아의 재침공 가능성을 남긴다면, 그 비용은 미래의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떠안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문제를 유럽의 책임으로 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럽은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를 자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가 나온 배경이다. 러시아의 재침공을 억제할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즉각 유럽군이 합법적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유럽이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은 빠른 종전을 원하고, 러시아는 불완전한 종전을 원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는 불완전한 평화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세 목표가 동시에 충족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전쟁은 ‘끝날 수 없는 전쟁’이 되어버렸다.

전쟁은 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외교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보면 외교는 총성을 멈출 수 있을 만큼 성숙하지가 않다. 따라서 현실적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러시아가 스스로 전략적 목표를 수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다면 서방이 할 수 있는 일은 우크라이나가 저항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완전히 붕괴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말로는 평화를 말하지만, 현실은 종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쟁은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py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박영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