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3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이 개정안에 대해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표현의 자유를 약화하는 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라 로저스 국무부 공공외교 차관도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정통망법 개정안이 ‘딥페이크 대응을 목표로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기술 협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정통망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이제 국외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통망법 개정안은 입법 과정에서 언론단체들은 물론 진보진영 사회·시민단체들까지 ‘언론 입틀막’으로 규정하며 반대했었다. 민주당은 비판 여론을 수용해 일부 조항을 수정했지만, 핵심 조항은 그대로 유지한 채 입법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여론은 싸늘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까지 표현의 자유와 기술 협력을 이유로 공개 비판에 나섰다. 물론 미국이 정통망법 개정안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진짜 이유는 메타·구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이 직접적인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해 콘텐츠 관리 자체를 검열로 규정해 왔고, 빅테크 규제를 담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에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를 보면 한국의 정통망법 개정안이 그 연장선에 놓일 경우 통상 이슈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사안이 통상 마찰로 비화하기 전에 정교하고 선제적인 조율에 빨리 나서야 한다. 감정적 맞대응이나 성급한 양보 모두 해법이 아니다. 주권적 입법 권한을 지키는 것과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양립 가능하다. 쟁점이 된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면서 차분히 설명하는 태도는 국제적 신뢰를 높인다. 더 늦기 전에 외교 채널을 통해 입법 취지와 적용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고, 이견이 있는 대목에는 기술적·절차적 보완책을 제시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립이 아니라 냉정한 관리다. 이것이야말로 불필요한 외교적 갈등을 차단하면서 국익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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