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마수드 페제시키안(사진) 대통령이 곤경에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지지를 업은 이스라엘의 강한 군사적 압박속에서 이번엔 사상 최저로 폭락한 리알화 화폐가치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AP·로이터 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서방 제재 속에 경제난이 이어지면서 이란 리알화 환율은 28일(현지시간)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치솟은 데 이어 29일에도 달러당 139만 리알로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달러당 환율이 오르는 것은 그만큼 화폐 가치가 내려간다는 뜻이죠.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추락한 셈입니다.
그 여파로 모하마드 레자 파르진 중앙은행 총재가 사퇴했으며, 가뜩이나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3년 만에 최대 규모로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파르진 총재는 2022년 12월부터 중앙은행 수장으로 일했는데, 당시엔 달러당 43만 리알이던 환율이 3년 만에 몇배로 치솟았습니다.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상품의 물가가 뛰어 민생은 고통받게 됩니다.
안그래도 경제난 속 고물가에 시달려온 주민들은 29일 수도 테헤란을 포함한 주요 도시에서 거리로 뛰쳐나가 규탄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는 이른바 ‘히잡 반대’ 시위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라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란에서는 2022년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붙잡혀갔다가 의문사한 것을 도화선으로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번졌고, 당국의 유혈 진압으로 수백명이 숨졌습니다.
이번에 거리로 나선 시위대는 주로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와 상인들로, 이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에도 핵심적 역할을 한 사람들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습니다.
이란 중부 이스파한, 남부 시라즈 등 주요 도시에서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테헤란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 최루탄을 발사하기도 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상인들은 29일 가게 문을 닫은 채 당국에 저항했으며, 가게를 열어놓고는 영업을 중단한 상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란에서는 1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작년 같은달 대비 42.2%까지 치솟는 등 살인적 고물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2월 식료품 가격은 72%, 건강의료 품목은 50%나 뛰어올랐죠. 여기에다 이란 당국이 새해 3월부터 세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면서 민심에 불을 질렀습니다.
이같은 여론은 지난 6월 이스라엘과 벌인 이른바 ‘12일 전쟁’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NYT는 내다봤습니다.
이란은 백악관으로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둘러싼 서방과의 협상에서도 교착에 빠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란의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는 고령으로 건강 이상설이 나돌고 있는데다 반정부 시위로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온건 개혁파로 분류되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또한 경제위기 및 서방과의 대립 심화로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는 모습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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