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현장의 연구·개발(R&D)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산업기술진흥협회가 29일 내놓은 ‘2025년도 기업 연구인력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업 연구인력 40만9160명 중 부족 인원은 1만5101명으로 집계됐다. 부족률은 3.6%로, 전체 산업계 노동인력 부족률(2.5%)이나, 산업기술인력 전체 부족률(2.2%)보다 높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인력 공백이 두드러졌다. 해당 분야 기업연구소 연구인력은 12만5051명이지만 부족 인력은 6886명으로 전체 부족 인력의 45.6%에 달했다. 비수도권 기업이 수도권 기업보다 연구인력이 부족한 현상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인력 수급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 인재 확보가 지체되는 순간 기술 격차는 빠르게 벌어진다. 기술 패권 경쟁이 일상화된 시대에 이는 곧 산업·안보 리스크로 직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내년 거점국립대학에 예산 8855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올해의 두배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뒷받침하는 예산이다. 지역 거점 국립대를 육성해 고등교육의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 자체는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것은 기업 R&D 인력 공백을 메우는 일일 것이다.
국가전략기술을 말하면서 정작 그 기술을 떠받칠 사람을 키우지 못한다면 모든 정책은 공허해진다. 구조적 인력 단절을 방치할 경우 기술 경쟁력 약화는 불보듯 뻔하다. 기업 R&D 인력 1만5000명 부족이라는 숫자는 이미 충분히 명확한 경고다. 결국 대규모 재정을 들여 대학 브랜드를 복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잘못 짚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 간판 개수보다는 연구 현장에 남아 기술을 축적하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다. 인재 양성에 실패한 국가는 완주하지 못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쓸 재정이 있다면, 지금은 그 돈으로 인재를 키우고, 그들이 현장에 남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것이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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