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는 전쟁 상태 방불… ‘agree to disagree’ 소통정신 필요
‘내란 정국’에 국민 피로감… 정청래 대표, 민주주의 훼손해선 안돼
내년 지방선거, 국힘 행보에 달려… 장동혁 대표, 尹·계엄 절연해야
한동훈·이준석은 국힘, 조국은 민주당과 힘합쳐 경쟁하는 게 바람직
개헌 시급… 책임총리제·양원제 도입하고 지방 정부 권한 확대해야
고견을 듣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제왕적 대통령제’의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닙니다. 국민들은 ‘내란 정국’이 1년 넘게 이어지는 데 대해 피로감을 갖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정국을 넘어서 이젠 새로운 대한민국 만들기에 주력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내 사무실에서 만난 정대철(81)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이재명 정부가 국민소통을 잘하고 있지만 사법부 간섭은 잘못”이라며 지난 7개월 간의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점수를 C+ 정도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이젠 정치적 조정자로 ‘포용의 정치’ 펴야 한다고 했다.
정치 원로인 정 회장은 지금 정치는 유신때도 보지 못한 전쟁 상태라며, 나와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어그리 투 디서그리’(agree to disagree)의 정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 지도부, 의원들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게 협치와 대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개혁엔 개헌이 필수적이라며 책임총리제와 양원제 도입, 지방정부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진하는 검찰·사법·언론 개혁은 보다 신중하고 중립적일 필요가 있다며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밝혔다.
내년 6월로 다가온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의힘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장동혁 대표가 비상계엄에 대해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에 들어가 서로 ‘경쟁적 공생관’를 이루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민주당과 힘을 합치는 게 정치개혁에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산증인이다. 독립운동가 출신 정치인 정일형 박사와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씨의 아들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9, 10, 13, 14,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 2007년 정동영 대통령 선거대책위원장도 역임했다. 2023년부터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호(號)는 부친께서 지어준 만초(萬初)로, 만 가지에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대하라는 뜻을 갖고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이 지났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평가하십니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잘 된 점은 첫째 헌법 77조에 규정된 계엄 발동 요건도 맞추지 못한 계엄을 선포 후 몇시간만에 국회에서 해제 결의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 그에 대한 응징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 파면하고, 형사적 처벌 응징을 받게 한 것과 또 계엄과 관련된 사람들을 처벌받게 하고 있는 것도 잘 된 겁니다. 적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져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민주체제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선출된 것도 잘 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우려스럽고 걱정스러운 측면도 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 여당 주도로 힘의 논리와 다수결의 원칙에만 의해서 여야 협의나 합의, 조정, 타협 등 충분한 대화를 갖지 않고 끌고 가는 졸속 입법은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또 하나는 여당이 입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관여하는 것은 위헌적인 요소 내지 위법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특별히 요새 내란재판부를 신설한다든가 또 법왜곡제를 만든다든가 법원행정처를 없앤다든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막 대한다든가 이런 것들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삼권 분립,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아직은 집권 초기라 좀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마는 우려스럽고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 지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제왕적 대통령제의 위험성을 경고하셨습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위험성은 상당히 해소된 건가요 아니면 여전한 건가요?
“앞서 얘기했듯 입법부의 졸속 입법과 사법부에 대한 과잉 관여, 위헌적인 관여가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위험성이 덜 해소된 것 같다고 봅니다.”
- 이재명 정부가 집권한지 7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그동안의 국정 추진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고,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기자회견이나 업무보고 생중계 등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괜찮고 잘하고 있습니다. 다만사법부에 대한 위헌적인 간섭은 잘못된 것입니다. 점수는 75점에서부터 80점 사이, C플러스 정도로 평가합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섯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는 용서·화해·포용의 대통령이 돼야 합니다. 특별히 야당을 또 이 대통령에 비판적인 국민들을 다 포용하고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선량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정치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지금은 정치가 거의 전쟁 상태나 다름없는데 정치를 회복시켜 상생· 협치·포용의 정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행정의 달인’보다는 ‘입법의 달인’이 돼야 합니다. 국회를 중심으로 정치를 끌고 가야 됩니다. 국회에서 지지고 볶고 다 해서 타협을 이끌어내는 등 ‘명령과 통제의 책임자’이기보다는 타협과 협상, 설득을 강조하는 ‘정치적 조정자’야 합니다. 명령·통제보다는 여러 의견을 조정하는 모습이 좋고 일방적인 통치보다는 국회, 언론, 시민단체와 다차원적인 통합의 정치로 이끌고 가야 합니다. 네 번째는 개헌을 통해 다시는 위헌적이거나 제왕적 대통령제가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는 꾸준히 경제를 성장시켜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지구촌 234개 국가 중에서 10위 안팎입니다. GDP(국내총생산)가 5대 강국이 되기 위해 경제 성장에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양극화를 극복해 함께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는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궁극적으로 평화 통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여섯 가지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봅니다. 한창 선진국으로 향하던 중 느닷없는 계엄 선포로 국가신용도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를 원상 회복시키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지도자가 노력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괜찮은 나라라는 평가를 다시 받으려면 상당한 노력과 시일이 필요할 겁니다.”
- 윤석열 정부 내내 이어졌던 여야 간 갈등이 여전합니다. 현재의 정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의 정치는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하는 여야 대결 정치입니다. 상생 협치 통합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유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첫째는 민주주의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영어로는 ‘어그리 투 디서그리’(agree to disagree)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과 정치인들 사이에 나와 다르면 잘못된 것이고 범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 민주 시민과 민주 정치인의 기본 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진영 논리, 즉 보수와 진보 간의 이해와 인정이 부족합니다. 진보든 보수든 상대방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늘 상정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힘의 논리를 너무 빨리 쓴다는 사실입니다. 한쪽은 다수결 원칙, 또다른 쪽은 거부권 또는 탄핵 등 힘의 논리는 상당히 신중하게 써야 되는데 너무 쉽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계절에 탄핵을 30번이나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은 소리입니다. 제가 정치를 50년 하면서 탄핵을 서너 번 봤는데 한 계절에 30번을 하니 그게 정상적이겠어요. 그다음 네 번째는 대통령 책임제에서 대통령이 역할과 책임, 자기 소명을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 대표, 야당 의원,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타협하고 조정해서 상생, 협치, 통합의 정치로 이끌어갈 마지막 소명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 책임과 자기 소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이렇게 됐습니다. 이런 이유로 정치가 지금 전쟁 상태를 방불케 하는 상태가 됐는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유신(1972년) 때도 이러진 않았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저녁에 만나 대화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공통 분모를 찾아내고 그랬는데 요새는 아주 원수입니다. 여야 간 만남이 없고 대화도 없어 걱정입니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란의 완전한 척결’을 내걸고 내년에도 강성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내란 정국’이 지나치게 이어지는데 대한 부정적 여론도 적지 않은데, 정 대표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내란인지 아닌지는 재판을 해봐야 알겠습니다만 핵심 인물인 윤석열 씨가 탄핵으로 파면되고 또 감옥 가 있고 형사 재판 중입니다. 한덕수 전 총리를 비롯해 관련된 중요 멤버들도 모두 기소돼 있습니다. 저는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면 이제 이쯤 하고 이 대통령이나 정청래 대표가 용서하고 화해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갑시다라고 하는 것이 훌륭해 보이고 또 그래야 나라를 위해 좋은 것 같은데 아직 그렇지 못해 아쉽다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 정청래 대표는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민주주의에 위배되고,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데 견해는 어떤지요?
“검찰과 사법 개혁은 필요한 부분도 좀 있습니다마는 신중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야 합니다. 정권의 필요성 때문에 또는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무효화시키거나 또는 면탈시키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오해를 사지 않도록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작된 정보를 퍼뜨린다거나 언론의 부정적 요소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잘못하다가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어 대단히 신중해야 합니다. 언론인들과도 얘기를 해보면 걱정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언론 개혁이 아주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으나 지금 이를 들고 나오는 것은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런다든가 언론을 자기 편으로 만들고 순화시키려는 목적이 있지 않나라는 의심을 살 수 있습니다. 고의로 허위 조작을 유포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시킨다고 하는데 지금 일반 법에도 손해배상이 다수 있습니다. 이를 강조해서 하는 것은 언론에 재갈을 물리거나 언론을 순화시켜 정권이 자기 목적을 위해 하는 것인가라는 점이 걱정스러운데 그렇게 안 되길 바랄 뿐입니다.”
-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한동훈 전 대표 문제 등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야당을 잘 이끌어가고 있습니까?
“장동혁 대표가 새로운 사람이라는 기대치가 있는데 하나 아쉬운 점은 계엄, 탄핵에 대한 입장이 국민적 여론과 같지 않다는 겁니다. 계엄은 잘못된 것이다, 탄핵 인정한다 이런 입장을 다시 취해 새롭게 태어나는 국민의힘이 돼야 합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40%대, 국민의힘은 20%에서 30%대초인데, 이렇게 되는 것은 장동혁 대표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라고 봅니다. 과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그러고 거기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에서 노력해야 국민의힘이 살아날 텐데 상당히 아쉽습니다.”
-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소수의 강성 지지층에 끌려가는 모습입니다. 거대 양당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려면 어떤 게 필요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서로 다르고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또 힘의 논리를 쉽게 쓰지 않아야 하고, 대통령이 제대로 해야 정치가 살아나고 양당이 살아납니다. 당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당내 비주류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 꼭 있어야 됩니다. 제가 당 대표였을 때도 비주류에 대해 30, 40%의 인사권이랄까 당권을 할애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 이렇게 입장이 다른 두 집단이 동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지방선거가 6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당의 프리미엄에 힘입은 민주당이 압승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국민의힘이 선전할까요?
“국민의힘이 선전하려면 앞서 얘기했듯 국민의힘에 달렸어요. 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런 태도를 취하면 선전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압승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힘 태도에 따라 지방선거 결과가 나누어질 것입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내리십니까?
“저는 세분 다 좋아하는데 한동훈과 이준석 두 대표는 합했으면 좋겠다고 봅니다. 힘이 분산되는 것보다는 국민의힘으로 들어가 ‘경쟁적 공생 관계’를 이루었으면 합니다. 조국 대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대 법대 후배이고 영민한 사람이라 잘못돼서 감옥도 갔지만 이제 새로운 정치를 시작할 땐 민주당하고 힘을 합해 하는 것이 본인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원로 정치인으로서 여야 지도부에 지금 당장 필요한 ‘협치와 대화의 첫걸음’은 무엇이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무엇보다 첫째 여야 지도부도 그렇고 또 의원들끼리도 자주 만나야 됩니다. 만나야 대화가 되지 않겠습니까?그래서 헌정회 같은 데서도 만남의 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세대는 만나 막걸리도 마시고 그랬는데 디지털 시대는 좀 빡빡합니다. 내가 왜 상대당을 만나, 나 혼자 SNS 하기도 바쁜데라는 거죠. 정치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삶인데, 삶이라는 것은 대화하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 정치개혁을 위해 개헌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개헌을 국정과제 1호로 내세웠는데, 일각에선 본인의 대통령 연임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개헌을 해야 할까요? 한다면 어떤 방향이 돼야 합니까?
“개헌의 필요성은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12·3 비상계엄의 교훈입니다. 잘 나가던 대한민국이 제왕적 대통령으로 인해 망가졌습니다. 다시 이런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지 않으려면 개헌을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국민들이 개헌을 지지한다는 사실입니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보면 개헌에 대한 찬성은 60~70%에 달합니다. 세 번째는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치 발전을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뜻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네 번째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화급하고 절실한 정치 개혁의 중요 내용이 개헌이라는 사실입니다. 1987년 이후 38년이 지났는데 여덟 분의 대통령이 있었어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이재명 등 모든 대통령이 개헌을 공약하거나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일곱 분은 지키지 못했죠. 이를 교훈으로 삼아 이번 정권에서는 반드시 개헌을 이루어 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임 내지 중임을 통해 대통령을 두번한다고 개헌하자고 하면 지금은 민주당은 혹 찬성할지 모르지만 국민의힘이 찬성 안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개헌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연임이나 중임 뜻이 감춰져 있어도 그게 다 중화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내각 책임제를 주장합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내각 책임제까지 따라가지 못하는 지금 상태에서는 분권형 대통령 책임제 아니면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헌정회에서 만든 게 세 가지 안인데 하나는 책임총리제입니다. 국회에서 뽑는 총리에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겁니다. 둘째는 입법부의 양원제, 상원제 신설이고 세 번째는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방 정부로 더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책임총리제, 양원제, 지방정부의 분권 강화 이것이 분권형 대통령제 내지는 이원집정부제의 핵심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026년 지방선거 시점을 개헌의 적기로 꼽고 계신데 실현 가능할까요?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개헌을 하려면 1월 내에는 국회의장이 개헌 특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지금 서두르는 징조가 보이질 않아 대단히 걱정스럽습니다. 지난 7월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의장까지도 개헌을 하겠다고 그래놓고 지금 또 옛날식으로 슬그머니 뒤로 꼬리를 내리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 정치가 국민에 희망을 주기는 커녕 ‘국민의 짐’으로 추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앞서 얘기한 것처럼 민주주의 기본 원칙,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인정을 늘려가야 합니다. 여당이 힘의 논리를 덜 쓰고, 대통령의 노력 또한 더 필요합니다. 그래야야 정치가 살아나고 국민적 지지를 증폭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양당제의 폐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당제는 승자 독식 제도의 소선거구제, 대통령 책임제 때문에 더 굳어지고 있습니다. 한 번 양당제가 되면 벗어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양당제의 폐해를 줄이려면 소수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소수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양당제를 하다 보면 너 아니면 나이기 때문에 네가티브나 흑색 선전이 난무할 수 있습니다. 다수당일 경우에는 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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