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이민 등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추진한 정책이 내년부터 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섹터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미국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달러와 미국 자산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글로벌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널드 템플 라자드 시장 전략 수석은 “내년은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 국면이 예상된다”며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 유로존과 일본은 상대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무역 갈등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시행된 정책의 영향은 내년보다 분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 소득세 감세를 영구화한 ‘OBBBA’ 시행으로 향후 10년간 미국의 재정적자가 3조5000억~4조달러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관세 수입이 유지되더라도 미국의 재정적자가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6%를 웃도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평균 수입 관세율이 2024년 2.7%에서 지난달 기준 약 16.8%로 급등, 1935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관세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내년 상반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5%를 상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미국의 강화된 이민 정책 역시 내년 노동시장과 GDP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5~11월 미국의 월평균 고용 증가 폭은 1만7000명에 그쳤고 실업률은 4.2%에서 4.6%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외국 출생 노동자 수는 50만명 이상 감소했다. 내년 추방 조치가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고용 증가 기준선이 월 5만명 이하로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AI 투자에 대해서는 내년 조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올해 미 GDP 성장의 약 3분의 2가 AI 관련 인프라 투자에서 비롯됐지만, 내년에 이 같은 투자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I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은 유지되지만 단기적으로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에 대한 검증 과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미국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 판단 역시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과 정치 환경 변화를 내년 시장의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미국 외 지역의 경제 흐름을 점검하며 유로존은 재정정책 효과로 점진적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경제 정상화 국면에 진입하겠지만,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며 정책 여건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템플 수석은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이미 높은 수준인 만큼 2026년을 앞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와 미국 자산에 대한 노출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비미국 자산으로의 자본 재배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kns@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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