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투명성·책임성 높였다" 자평
보여주기식 예능 전락 우려감도 공존
‘정책 검증’보다 ‘암기력 테스트’도 문제
전문가들, 공개 모욕 논란 부정적 평가
이재명(얼굴) 대통령이 23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업무보고를 끝으로 올해 부처별 업무보고를 마무리했다. 기밀을 요하는 일부 외교·안보 사안을 제외하고, 정책 보고와 토론 과정을 가감 없이 생중계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국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였다"는 성과를 강조했지만, 현장의 즉흥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까지 그대로 노출되며 국민적 피로도가 쌓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해양수산부 신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국정 운영의 투명·책임성이 높아지고, 국민 여러분의 주권의식도 내실 있게 다져졌다고 생각한다"며 "공직자는 주권자인 국민을 늘 두려워해야 하고, 국민의 집단 지성은 언제나 가장 현명한 해답을 찾아낸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생중계 과정에서 일부 부처의 미흡한 보고를 국민이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적하고 바로잡은 사례도 많았다"며 "각 부처는 앞으로도 정책 수립, 집행, 집행 결과 평가 등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끊임없이 국민 의견을 구하는 자세를 가져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민의 실시간 검증'이 행정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업무보고 생중계 뿐만 아니라 앞서 국무회의도 생중계를 하는 등 정부가 일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보여왔다.
다만 관가에서는 생중계가 '정책 검증'뿐 아니라 '문답 퍼포먼스'로 소비될 경우, 실무자들이 토론보다 '대통령이 원하는 답'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문화'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긍정평가 이면에는 '생중계 방식'의 부작용도 선명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미리 질문을 준비하면서 해답을 알고 있지만 즉석에서 질문을 받는 공직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와 통찰력보다는 구체적인 수치나 세세한 정보에 대한 암기력 테스트를 받는 수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대통령이 어디에 관심 비중을 두는지 국민이 직접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30~40%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도 "'국민께 보고드린다'는 취지 자체는 참신한 시도일 수 있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이 국민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건 사실"이라며 "대통령의 정책 이해도는 돋보였고 공직사회 긴장감을 높인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이 대통령이 정책의 미시적인 부분까지 자세하게 지시하거나 발언의 수위가 높았던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전했다.
이 평론가는 "대통령이 장관과 기관장들을 공개 석상에서 다그치고, 미세한 부분까지 직접 언급하는 모습은 고압적·권위주의적으로 비칠 수 있다"며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장관이나 기관장을 다그치며 부하 직원처럼 지시를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 농담일지라도 그것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진짜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보여주지 않았다. 환율 같은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고 대통령은 '재미있었다'고 하지만 이건 예능이 아니다"며 "정부가 뭘 잘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 대통령의 편협한 모습만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업무보고는 원래 상당한 사전 검토를 거쳐 정책을 확정·점검하는 절차인데, 공개 과정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검토'가 아니라 '방향 전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발언은 돌이키기 어려운 무게가 있고, 파급력이 크다"며 "공개 방식이 오히려 부작용을 키울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공무원들에 대한 면박이나 논란을 부를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며 "준비된 발언, 필요한 말만 하는 방식으로 정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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