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배당 여력 감소…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발목

지난해 상장보험사 4곳만 배당… 현대해상 23년 만에 배당 못해

보험업계, 추가 제도 개선 요청… 준비금 줄면 법인세 부담 늘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험사 배당에 '찬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3년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배당을 가로막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업계 전체 해약환급금준비금은 44조1000억원으로 작년 (38조3000억원) 대비 5조8000억원 늘어났다. 지금 추세라면 올해 말엔 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법정 준비금인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회계제도(IFRS17)를 시행하며 도입됐다. 시가로 평가한 보험 부채가 해약환급금보다 적을 때 부족액만큼 이익잉여금 내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즉, 보험사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부족하지 않도록 미리 곳간에 쌓아두는 것이다.

IFRS17에서는 신계약을 체결하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늘어나 장래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동시에 해약환급금준비금도 쌓아야 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에서 전액 차감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커질수록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 보험사들이 배당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지난해 상장 보험사 11곳 중에서 배당을 한 곳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코리안리뿐이다.

20년 넘게 배당을 꾸준히 진행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주주친화 기업'으로 꼽히는 현대해상 역시 타격을 받았다. 현대해상은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이어온 배당을 지난해 23년 만에 멈춰야 했다. 대형사 중에서는 한화생명도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발목이 잡혀 배당을 하지 못했다. 현재 배당을 했던 대형사 역시 이 제도가 유지되면 몇 년 후엔 배당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줄어들자, 금융당국은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했다. 2023년 도입 당시 100% 적립하게 했다가 지난해 말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200% 이상인 보험사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만 쌓도록 완화했다.

그러다 올해 4월엔 킥스 170% 이상인 경우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 쌓을 수 있도록 기준을 한 번 더 낮췄다. 하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제도 개선 효과는 금세 사라졌다.

보험업계에서는 배당 여력 확보를 위해 추가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IFRS17이 도입된 2023년 이후 신규 계약은 이미 CSM에 반영됐기 때문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명보험협회를 중심으로 해약환급금 제도 개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면서 "제도가 긍정적으로 개선되면 올해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업계 요구가 커지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월 보험업권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방식 합리화 검토의 뜻을 밝혔다. 다만 올해 규제 완화를 한 만큼 신중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해선 구조적인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보험 계약을 팔면 팔수록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많이 쌓이는 상황이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고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세법상 손금(비용)으로 인정돼 많이 쌓이면 세금이 줄어든다. 규제 완화로 해약환급금준비금이 감소하면 보험사의 법인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보험 계약자의 소비자 보호가 우선이냐, 주주들의 배당이 우선이냐 하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줄어들면 법인세 부담이 늘어난다. 금융당국의 결정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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