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본부 수장에 애플카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만프레드 하러(사진) 사장을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외국인 사장을 앞세워 변곡점마다 체질 변화와 혁신을 이뤘던 만큼, 이번 인사를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에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18일 R&D본부장에 하러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R&D본부장으로서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유관 부문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직전 R&D본부장을 맡았던 양희원 사장은 용퇴했다.
하러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에 합류해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제품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량의 기본성능 향상을 이끌었다. 짧은 재임 기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기아만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 합류 전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서 핵심 개발 역할을 수행했다. BMW·아우디 등에서 섀시 개발을 맡았으며, 포르쉐에선 카이엔 사업부 총괄과 전기차 타이칸 개발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현대차그룹 합류 직전에는 애플에서 애플카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미래차 핵심 기술개발을 주도해 왔다.
최근 연구개발 핵심 축인 AVP본부와 R&D본부의 수장이 잇따라 퇴임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 체계는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테슬라가 첨단 주행 보조기능인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을 도입하며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국면에서 미래차 연구개발 경험이 풍부한 외국인 사장을 선임하는 개방형 인사로 승부를 거는 모습이다. R&D 부문 외국인 사장이 선임된 것은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외국인 사장을 적극 영입하며 디자인, 기술, 관세 변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 2006년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사장을 영입해 현대차·기아 디자인의 혁신을 이뤘으며, 비어만 연구개발총괄 사장을 선임해 고성능차 개발 및 전기차 등 기술 혁신을 주도, 올해는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미국 관세를 돌파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하러 사장 등 총 219명의 승진을 포함한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전체 239명의 승진을 단행했던 지난해 대비 승진자 규모는 20명 줄었다. 현대제철에는 이보룡 생산본부장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사장)로 승진·임명됐으며, 서강현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했다.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가량이 R&D 주요 기술 분야로 기술인재 중심의 인사철학을 이어갔다. 또 상무 신규선임 대상자 중 40대 비율은 지난 2020년 24% 수준에서 올해 절반 가까이 큰 폭으로 상승해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올해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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