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17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 소환된 김범석 쿠팡 의장은 끝내 불출석했다. 대신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 등 외국인 임원 두 명을 보냈다. 국회는 물론 국민을 가볍게 여긴 처사로 비칠 수밖에 없는 처사다. 청문회에선 여야를 막론해 질타가 쏟아졌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면서 불출석한 김 의장과 전(前) 경영진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청문회를 마치자마자 즉시 국정조사에 돌입할 것”이라며 여야 간사 협의를 요청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 역시 “국민과 투자자를 우롱하는 비겁한 책임 회피”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럽다”면서 개탄했다.
쿠팡은 단순한 민간사업체가 아니다. 수천만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다루고, 유통·물류·고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준(準)사회기반시설에 가깝다. 그만큼 책임의 기준도 높아져야 한다. 그럼에도 쿠팡의 대응은 사과성 발언의 반복과 원론적 해명에 머물렀고, 책임 주체인 김 의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는 한국을 ‘돈은 벌되 책임은 지지 않아도 되는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심을 낳기에 충분하다.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격양된 반응은 이런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과방위의 고발 방침과 국정조사 추진 등은 이번 사안을 단발성 사건으로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쿠팡 사태는 한 기업의 위기를 넘어 한국 사회가 글로벌 플랫폼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비켜갈 수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유사한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 플랫폼의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의 무게도 커진다는 원칙이 분명히 확인돼야 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행이다. 엄정한 조사와 책임 규명, 합당한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어떤 경고도 공허해진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국정조사라도 해 반드시 본때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 시장의 원칙과 규범이 살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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